투자 유치 후 경영권 흔들? 스타트업 창업자가 꼭 알아야 할 이사회 생존법

스타트업 창업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대규모 투자 유치의 꿈을 꾸지만, 막상 그 목표를 달성한 후에도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 투자금 확보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며, 때로는 창업자 자신이 경영권에서 밀려나는 리스크까지 동시에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그간 실리콘밸리에서는 잭 도시(Jack Dorsey), 스티브 잡스(Steve Jobs), 제리 양(Jerry Yang) 등 창업자가 투자자들과의 갈등으로 자신의 회사에서 밀려난 사례가 빈번하게 되풀이돼 왔다. 이들 중 누구도 투자유치 당시에는 자신의 퇴장을 상상하지 못했겠지만, 이사회 구성과 투자자 관계의 미세한 균열이 결정적 순간에 경영자의 운명을 갈랐다.

딘 리프시츠(Dan Lifshits) 드웰리(Dwelly) 공동창업자 겸 최고운영책임자는 "투자자와의 관계 유지가 단순히 자금 문제를 넘어서는, 전략적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유니콘으로 성장한 피버(Fiverr), 차량 호출 서비스 겟(Gett) 등에서 경영을 맡았고, 1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자문하며 이사회에 몸담은 경력을 통해 그 중요성을 절실히 경험했다.

자금 조달에 성공한 뒤 이사회에서 버려지지 않기 위해선 투자를 결정한 '펀드'가 아닌 해당 투자를 집행한 '개별 파트너'의 성향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창업자는 흔히 유명 투자사가 참여했다는 브랜드에 환호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이사회에 함께 앉게 될 인물의 리더십 스타일이다. 그는 실질적으로 결정권을 행사하고, 경영진에게 조언하거나 충돌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경험 많은 창업자는 투자 파트너가 힘든 시기에도 함께할 수 있는 인물인지, 얼마나 창업가의 비전을 공감하고 실행에 동참할 의지가 있는지를 면밀히 본다. 이러한 성향은 다른 포트폴리오 창업자와의 대화를 통해 더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투자자와 창업자의 관계는 7~10년에 걸친 장기 협업이므로, 처음부터 충분한 상호 이해와 신뢰가 없다면 결국 갈등으로 치닫기 쉽다.

감정적인 직감도 중요하다. 투자유치를 앞두고 미묘하게 불편했던 상대의 태도, 지나치게 관리지향적인 언동, 또는 위기의 순간에 내리는 판단 방식에서 불편함이 느껴졌다면 그것은 무시할 사안이 아니다. 리프시츠는 “투자 파트너와의 관계는 달콤한 '허니문' 기간이 끝난 후가 진짜 시험대”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명심할 점은 창업자가 투자자를 단순한 '돈줄'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투자자와의 정기적이고 투명한 커뮤니케이션, 성과뿐 아니라 실패에 대한 솔직한 보고는 스타트업에 대한 신뢰를 쌓는 핵심 도구다. 위기 상황에서 가장 먼저 등을 돌리는 이는 대개 신뢰감이 쌓이지 않은 투자자들이며, 이들은 창업자 교체를 포함한 극단적 조치도 서슴지 않는다.

결국 창업자에게 있어 투자자는 함께 배를 띄우는 공동 선장에 가깝다. 유능한 선장을 그대로 두는 데 관심이 있는 투자자도 있지만, 상황에 따라 방향키를 빼앗으려는 이들도 존재한다. 경영권을 지키고 장기적 성장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투자금을 확보하는 것 이상의 전략적 사고와 인간관계 구축 역량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