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모펀드(PE) 시장이 새롭게 변화하는 정치 지형과 경제 흐름 속에서 중대 기로에 접어들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강화된 관세 정책, 인프라 투자 확대, AI 중심 산업 전략 등이 맞물리면서 투자자들은 리스크와 기회를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당초 시장은 새로운 행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명확성과 안정성을 기대하며 긍정적인 분위기를 보였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이 본격화되자 일부 불확실성이 다시금 부상했다. 특히 대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 강화는 제조업과 반도체 공급망에 의존도가 큰 기업들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비스 및 지식재산(IP) 위주 투자 비중이 높은 PE 입장에서도, 저사양 반도체 등 수입 부품에 대한 의존이 여전히 크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리스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위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병행되면서 장기적인 투자 기회는 확대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전력망 고도화, 첨단 제조시설 건립 등에는 정부 차원의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자금 조달 비용이 높은 지금의 금리 환경은 이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동시에 엄격해진 이민 정책은 건설 현장의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환경 정책 측면에선 정부의 변심이 또 다른 변수로 떠오른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그린 에너지 프로젝트와 관련한 연방 자금, 예컨대 농무부가 주도하는 ‘미국 농촌에너지 프로그램’ 위축 가능성은 신재생에너지 및 관련 기술 스타트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사모펀드가 주로 포트폴리오로 두고 있는 클린테크, IT 서비스 기업에도 파급력이 있을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 구조 변화도 빼놓을 수 없는 변수다.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 세대가 리스크가 낮은 채권형 상품으로 자산을 이전하고 있어, PE 자금 유입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자금 운용에 필요한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도 부담 요인이 된다.
트럼프 정부가 적극 추진 중인 AI 투자와 규제 완화 기조는 오히려 PE에겐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 효율성 증대나 디지털 헬스케어 고도화를 위한 AI 구축 수요가 늘고 있으며,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대형 투자가 연이어 이뤄지는 추세다. 다만 소수 기업에 대규모 자금이 집중되고 있어 투자 편중에 따른 리스크는 경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PE 시장은 전략적인 변화로 대응 중이다. 기존 투자 기업에 후속 투자를 지속하거나 유망 기업에 소수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위험을 줄이고 있으며, 여러 펀드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스탠더드형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이는 자본 리스크와 판단 부담을 분산하는 방식으로, 시장 내 협업 구조를 강화하면서 생존력을 높이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PE 시장은 과거에도 인플레이션, 고금리 정책, 국제 무역 마찰 등 다양한 충격을 극복해온 경험이 있다.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 속에서도 해당 업계는 유연한 자산 배분 전략과 고위험-고수익 구간에 대한 선별 투자로 생존 역량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 여건이 좋을 땐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고,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안정적인 대안으로 주목받는 점이 사모펀드 시장의 또 다른 경쟁력으로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