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 AI·핀테크 붐 타고 벤처투자 27%↑…유니콘 잇따를까

라틴아메리카의 벤처 투자 환경이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24년 이 지역에 유입된 벤처 자금 규모는 42억 달러(약 6조 480억 원)로 전년 대비 27% 증가하며 투자 심리가 빠르게 회복 중임을 입증했다. 특히 핀테크와 인공지능(AI) 분야에서의 급성장이 이 같은 투자 확대의 핵심 동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로베르토 페냐카스트로 Leadsales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 이후 디지털화가 급물살을 탄 가운데, 은행 계좌 보유율이 낮은 라틴아메리카는 핀테크 기술이 빠르게 보급되기에 적합한 시장이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이 지역의 핀테크 스타트업 수는 두 배로 증가했고, 2021년에는 사상 최고치인 60억 달러(약 8조 6,400억 원)에 달하는 투자금이 유입됐다.

AI 분야에 대한 투자 열기도 뜨겁다. 지난해 라틴아메리카 전체 투자 유치 건 중 AI 스타트업이 차지한 비중은 34%에 달했다. 이런 변화는 미국과 중국 간 디커플링의 영향도 받았다. 유사한 시간대, 짧은 공급망, 간소한 물류 과정 덕분에 미국은 여전히 이 지역에서 가장 큰 투자국으로, 전체 투자의 33%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더해 스페인도 ICEX 및 IDB Lab 등을 통해 투자 생태계 연결을 시도하며 11%의 비중을 차지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기회의 땅인 동시에 만만치 않은 장벽도 함께 존재한다. 라틴아메리카는 국가별로 법률과 규제가 상이해 한 국가에서의 법인 설립과 운영만으로는 다른 국가로의 사업 확장이 쉽지 않다. 예컨대 브라질의 경우 거래의 약 29%가 중앙은행이 운영하는 실시간 지급 시스템인 Pix를 통해 처리되는데, 이 시스템을 활용하려면 브라질 내 은행계좌 및 합법적 법인 등록이 필수다. 또 멕시코는 전자 세금계산서(CFDI)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어, 외국 기업이 진입하기엔 기술적 장벽이 높다.

이같은 현실 속에서, 정부나 대기업의 손길 없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면 전략 전략적인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500 스타트업 라탐은 지분 10%에 30만 달러(약 4억 3,200만 원)를 투자하며, Platanus Ventures는 5.5% 지분에 20만 달러(약 2억 8,800만 원)의 자금을 제공한다. 이처럼 비교적 유리한 조건의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은 외부 투자를 받기 전 기술력과 제품을 검증할 수 있는 자양분을 제공한다.

미국 투자를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이라면, 델라웨어에서 미국식 법인(C-Corporation)을 설립하는 것이 표준 전략으로 꼽힌다. 이렇게 하면 투자금을 달러로 받고 한화-달러 환율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으며, 미국 내 인수합병(M&A)이나 상장을 통해 손쉬운 엑시트가 가능하다. 동시에 VC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의미 있는 사람들과 접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라탐 벤처 서밋, 멕시코 테크 위크 같은 지역 행사들이 네트워킹의 창구가 된다.

실제 펀딩을 받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조급한 움직임보다, 철저한 시장 검증과 자생적 성장을 토대로 투자 유치에 나설 시기를 판단하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증거 기반의 성장이야말로 투자자들에게 확신을 줄 수 있는 최선의 무기다.

라틴아메리카의 벤처 시장은 이제 잠재력이 아닌, 실질적인 기회로 재평가 받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지고, 지역 내 스타트업 생태계도 빠르게 성숙하면서 새로운 유니콘 기업의 탄생이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