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새로운 자동차 관세 정책이 미국 소비자들의 지갑을 더 무겁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외 국가에서 제조된 자동차에 25%의 수입관세가 부과되면서, 일반 차량은 최대 1만 5000달러(약 2억 1,900만 원), 고급 수입차는 가격이 3만 달러(약 4억 3,800만 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골드만삭스는 수입차 한 대당 평균 가격 인상폭이 5000달러(약 730만 원)에서 1만 5000달러(약 2억 1,900만 원)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국산차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내에서 조립된 차량 상당수가 외국 부품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산 차량조차 관세 영향으로 대당 3000~8000달러(약 440만~1170만 원)가량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봤다. 제퍼리의 분석에서는 수입차 평균 가격이 7600달러(약 1,110만 원), 전체 차량 평균 가격은 3800달러(약 550만 원)가 오를 것으로 추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관세 정책이 해외와의 무역 균형을 회복하고 제조업과 일자리를 미국으로 되돌리는 데 목적이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과 투자자들은 정반대의 우려를 내놓고 있다.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성장 둔화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오히려 ‘인플레이션 재점화’와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웰스파고는 이번 자동차 관세가 기존 철강, 알루미늄, 캐나다·멕시코 대상 관세와 맞물려 연간 개인소비지출(PCE) 기준 물가 상승률을 0.4%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PCE 근원 인플레이션을 1월 기준 2.6%에서 연말까지 2.8%까지 확대시킬 수 있는 수치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이같은 급격한 관세 인상안의 실효성을 되묻고 있다. 웨드부시의 다니엘 아이브스는 "이번 25% 관세안은 소비자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숫자"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에도 큰 방향 전환을 예고하고 돌연 철회한 사례가 있던 만큼, 이번 역시 협상 수단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번 조치의 여파는 신차 시장에만 머물지 않을 전망이다. 인플레이션이 전반적인 소비재 가격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면서 경기 침체 또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을 부추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를 조절해 물가 안정과 고용을 동시에 추구하는 연준 입장에서 인플레이션 요인이 늘어난다면 금리 인하 여지를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커머시아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빌 애덤스는 "연준은 이번 관세에 따른 물가 상승이 일시적일 것이라 기대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이후 ‘일시적’ 인플레이션에 허를 찔린 전례가 있기에 다시 쉽게 믿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고용 지표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 경제가 관세 정책이라는 변수로 추가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되면서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도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