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5%의 수입 자동차 및 부품 관세 부과를 공식 발표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이 조치가 미국 내 제조업체와 소비자 모두에게 큰 비용 부담을 안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조치로 인해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F)는 일정 부분 경쟁 우위를 확보하게 됐지만, 여전히 수조 원 규모의 관세 부담을 떠안을 것으로 전망된다. JP모건은 이번 수입차 전면 관세 조치로 인해 업계 전체의 연간 비용이 최대 820억 달러(약 119조 7,200억 원)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해당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경우 차량 가격은 평균 12%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GM은 전체 생산량의 약 40%를 캐나다와 멕시코 공장에서 조달하고 한국에서도 완성차를 수입하고 있어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된다. 반면 포드는 이웃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7%에 불과하며 이미 해외 수입에 대한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GM은 약 130억 달러(약 19조 원), 포드는 45억 달러(약 6조 5,700억 원)의 관세를 지불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 제조사들의 타격은 훨씬 크다. 페라리(RACE)의 경우 전량을 이탈리아에서 생산해 약 40%를 미국에 수출하는데, 특히 미국 시장은 고수익을 기록하는 핵심 매출처다. 일각에서는 현대자동차처럼 미국 내 생산시설을 확장함으로써 대응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지만, 단시간에 효과를 보기 어려워 보인다.
전기차(EV) 업체들은 이번 보호무역 조치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전지대에 놓여 있다. 테슬라(TSLA), 리비안(RIVN), 루시드(LCID) 등은 미국 내 공장에서 전량을 생산하고 있어 직접적인 타격이 적다. 다만, 이들도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부품을 수입하는 구조인 만큼 비용 전가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자신의 SNS를 통해 "외국산 부품 가격 상승은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이 있다"고 언급하며 간접적인 타격을 시사했다.
이번 발표에서 불확실성이 가장 큰 분야는 부품 공급업체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관세 부과 대상이 ‘엔진, 변속기, 파워트레인 및 전기 부품류’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세부 항목에 대한 정의가 모호해 해석에 따라 적용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JP모건 분석가들은 서플라이어들이 제조사보다 타격이 덜할 것이지만, 소비 위축으로 인한 수요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부품사의 영향은 기업별로 엇갈릴 전망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애프티브(APTV)가 가장 취약한 위치에 있고, 젠텍스(GNTX)는 비교적 안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기업은 오히려 미국 생산을 확대하기보단 인건비가 저렴한 지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등 역행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리어(LEA)는 이미 멕시코에서 온두라스로 공장 이전을 시작했으며, 이러한 흐름은 더 확산될 수 있다고 관측된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는 자동차 산업 전반에 구조적 변화를 요구할 수 있다. 글로벌 공급망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자동차 회사들은 새로운 비용 구조를 수용하기 위해 생산 전략의 전면 조정이 불가피해졌으며, 소비자들 역시 인플레이션의 또 다른 압박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