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ETH), 블롭 수수료 수익 95% 급감…수익 모델 흔들린다

이더리움(ETH)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였던 레이어2(L2) 블롭 수수료 수익이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며, 덴쿤(Dencun) 업그레이드 이후 네트워크의 경제 모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더스캔(Etherscan)에 따르면, 3월 30일로 끝나는 주간 기준 이더리움 네트워크는 블롭 수수료로 단 3.18 ETH, 즉 약 6,000달러(약 870만 원)만을 벌어들였다. 이는 전주 대비 73% 하락한 수치이며, 3월 중순의 84 ETH(약 15만 5,000달러, 약 22억 6,300만 원) 이상을 기록했던 수익과 비교하면 95% 이상 급감한 것이다.

이 같은 하락세는 지난해 3월 덴쿤 업그레이드 이후 가속화되고 있다. 해당 업그레이드는 L2 트랜잭션 데이터를 일시적으로 온체인이 아닌 블롭(blob) 형태로 저장함으로써 사용자의 수수료 부담을 줄이면서도 네트워크의 처리량을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이로 인해 이더리움 자체가 직접 수취할 수 있는 수수료 수입이 급감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자산운용사 반에크(VanEck)의 디지털 자산 리서치 총괄 매튜 시겔(Matthew Sigel)은 "L2들이 블롭 데이터를 충분히 채우지 못하면서 ETH 수수료 수익이 급격히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더리움은 지난 11월 주간 블롭 수수료 수익이 거의 100만 달러에 달했던 것을 정점으로, 최근 몇 주 동안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이더리움이 L2 기반 확장 전략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과 맞물린다. 블록체인 리서치 뉴스레터 ‘Threading on the Edge’의 운영자 arndxt는 "이더리움의 미래는 L2 프로젝트를 위한 데이터 제공 엔진 역할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수행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디파이 리포트의 창립자 마이클 나도(Michael Nadeau)도 블롭 수수료만으로 과거 온체인 수수료 수익을 대체하려면 L2의 전체 거래량이 현재보다 2만 2,000배 이상 증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더리움의 수익 구조는 아직 변화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올해 예정된 '펙트라(Pectra)' 업그레이드는 블롭 용량의 배분 방식을 크게 개선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The Daily Gwei’ 창립자인 사살(Sassal)은 "계획은 단순하다. 공격적으로 확장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이고, 수익은 그 다음 문제"라고 강조했다.

결국 이더리움의 확장성과 수익성 사이 균형에 대한 실험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L2 생태계 성장이 이어질 경우 블롭 수수료는 장기적으로 다시 회복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불안정한 수익성을 어떻게 보완할지가 이더리움 커뮤니티의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