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무역 관세 발표 하루 전 상승세를 기록했다. 시장은 이를 폭풍 전의 고요로 받아들이며 신중한 기대심리를 드러냈다.
2일 오후 기준 전 세계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약 2.73조 달러(약 3,985조 원)로 전일 대비 3.8% 증가했다. 비트코인(BTC)은 약 3%, 이더리움(ETH)은 약 5% 오르며 시장을 견인했고, 도지코인(DOGE)과 에이다(ADA)는 6% 이상 상승했다. XRP, 솔라나(SOL), BNB 등도 3%대 오름세를 보였다.
시장 반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이른바 ‘해방의 날’을 앞두고 투자자들이 *위험 선호 심리*를 재점화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오는 3일 무역 균형 회복을 목표로 ‘상호관세 도입’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으며, 이는 글로벌 교역질서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이벤트다.
이러한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비트코인은 84,000달러를 다시 돌파했고, 이더리움은 1,800달러 선을 회복했다. 이는 최근까지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가 대비 23% 넘게 하락했던 급락장에서 *시장의 방향성 전환* 가능성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블룸버그와 함께 아침 브리핑을 발간하는 케빈 버클랜드는 "트럼프의 발표가 무엇일지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시장은 대응 체제를 갖추며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 적용’을 언급하며 협상의 여지를 사실상 닫았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 기반 QCP 캐피탈은 “광범위하고 공격적인 무역 조치가 경기불황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으나, “정치적 연출 속에 완화된 내용이 포함된다면 시장은 단기적 숨통을 틀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 심리를 방증하는 또 하나의 지표는 기관 자금 흐름이다. 디지털 자산 투자 상품은 최근 2주 연속 유입세를 기록했으며, 3월 마지막 주에는 2억2600만 달러(약 3296억 원)가 유입됐다. 비트코인 중심의 쏠림이 여전하지만, 알트코인 쪽으로는 5주 만에 3,300만 달러(약 480억 원)가 유입돼 진입 시점을 저울질하는 수요가 포착됐다.
코인셰어스의 제임스 버터필 수석연구원은 “기록적인 자금 유출 이후 9거래일 연속 자금 유입이 나타나고 있다”며 시장 회복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반등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의 상대강도지수(RSI)는 4시간 기준 ‘과매도’ 구간(30 이하)에 진입한 후 반등 국면으로 전환됐다. 전체 시장 시가총액 차트는 2.60조 달러대에서 이중 바닥(double bottom) 패턴을 보이며 강세 반전 구조를 가리키고 있다. 이 패턴의 넥라인은 2.67조 달러로, 이를 상향 돌파할 경우 최대 목표치는 2.76조 달러(약 4,027조 원)로 설정된다.
다만 해당 구간은 주요 이동평균선이 밀집한 공급 저항대(2.72~2.74조 달러)에 포함돼 있어, 돌파 실패 시 다시 2.70조 달러 부근에서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따른다.
분석가 크립토존에 따르면 “공포 탐욕지수는 여전히 24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며, “시장에 공포가 팽배한 만큼 ‘남들이 두려울 때 욕망을 가지는’ 전략도 고려할 만한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암호화폐 시장은 지금, 지정학적 리스크와 기술적 반등의 접점에 서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해방의 날’이 실제로 어떤 파급효과를 불러올지에 따라, 향후 시장의 방향성은 극명히 엇갈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