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화된 현실 자산(RWA)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규제가 성장의 최대 장애물이라는 통념은 사실과 다르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디지털 자산 플랫폼 프로메테움(Prometheum)의 공동 CEO 애런 캐플란(Aaron Kaplan)은 최근 인터뷰에서 ‘토큰화’ 확산을 가로막는 본질적인 문제는 모호한 규제가 아니라, 기관과 개인이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토큰화 증권의 2차 시장 부재*라고 지적했다.
캐플란은 대부분의 인식과 달리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의 특수 목적 브로커-딜러 프레임워크와 ATS(Alternative Trading System) 인가는 이미 블록체인 기반 펀드의 발행과 거래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 병목현상은 *토큰화된 증권을 광범위한 투자자층에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 부족*에 있다”고 밝혔다.
최근 30일간 스테이블코인을 제외한 토큰화 자산 가치는 약 8% 증가하여 195억 달러(약 28조 5,000억 원)에 달했다. 이 중 민간 대출과 미 국채가 핵심 활용 사례로 집계됐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같은 자산은 소규모 블록체인에서 관리되고 있으며, 나스닥, 피델리티(Fidelity)처럼 일상적인 증권 거래가 가능한 *공개된 2차 시장*은 여전히 부재하다.
캐플란은 업계가 두 가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봤다. 하나는 온도 파이낸스(Ondo Finance), 에테나랩스(Ethena Labs), 시큐리타이즈(Securitize)처럼 디파이 프레임워크 위에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또 하나는 기존 증권사를 중심으로 SEC 등록 체계에 기반해 토큰화 기술을 통합하는 경로다. 그는 “기존 핀테크 및 암호화폐 플랫폼은 이미 거래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만큼 토큰화 증권을 통합할 가능성이 높다”며 “기존 업계는 시장 점유율을 그냥 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메테움은 이와 같은 인프라 격차를 메우기 위해 토큰화 증권 거래와 수탁 서비스를 통합한 *전체 서비스형 디지털 자산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이를 통해 기존 금융대비 수수료 절감, 결제 속도 향상, 운영 효율성의 이점을 제공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전통 투자자들이 디지털 증권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분명하다. 자신이 익숙한 자산의 ‘디지털 네이티브’ 버전을 손쉽게 거래하거나 *지속적인 금융 목표 달성*을 위한 통합 생태계에서 투자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특히, 상업용과 고급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미 토큰화가 확산되며 *비상장 2차 거래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러한 움직임을 “금융 서비스에서의 블록체인 전환점”으로 평가했다. BCG는 토큰화 기술이 투자자에게 연평균 1,000억 달러(약 146조 원)의 수익률 향상 기회를 제공하고, 금융기관에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세계경제포럼(WEF)도 최근 토큰화를 통해 총 230조 달러(약 3경 3,580조 원)에 달하는 글로벌 유가증권 시장 중 약 10%가 담보로 활용 가능한 범위에 있다고 진단했다. 디지털 자산 기업 디지털에셋 공동 창립자 유반 루즈(Yuval Rooz)는 “토큰화는 자산의 담보 이동성과 자본 효율성을 향상시켜, 같은 날 내 결제와 정산이 가능한 *즉시 유동성* 확보를 현실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증권업계가 이 시장에 본격 진출할지, 아니면 암호화폐 플랫폼이 새로운 디지털 증권 생태계를 주도할지에 따라 토큰화 자산 시장의 주도권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