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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DAO의 사회적 의미와 전망

2022.03.12 (토)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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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생존하는 사회적 존재이다. 역설적으로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독립적인 개체로서의 자의식도 생겨난다. 사회적 관계가 더욱 고도화되고 중첩화되는 과정에 근대적 개인이라는 개념이 탄생하게 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

개인과 사회라는 두 개념을 매개하는 것은 사회적 조직이다. 우리는 자발적이든 아니든 많은 조직의 구성원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부여받는다. 가족에서부터 국가에 이르기까지 여러 형태의 조직에 속하게 되고, 그 조직에서의 활동을 통해 나를 구성해간다. 나라는 존재는 내가 조직에서 어떻게 사유하고 행동하는가에 의해 생성된 산물이다. 그런 점에서 이러한 사회적 조직의 양식은 우리의 본질적인 존재 양식을 규정한다고도 볼 수 있다.

중앙화된 조직 양식과 탈중앙화된 조직 양식간의 차이에 대한 분석은 단순한 기능적 장단점을 기준으로 분류하는 형식적 수준을 넘어서서, 삶의 방식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통찰을 필요로 한다. 탈중앙화를 기반으로 한 크립토 생태계가 전 지구적으로 확장하게 되면서, 사회적 조직의 구성 양식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논리적으로 당연한 수순일 뿐만 아니라 필연적이다.

DAO(탈중앙화 자율 조직,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는 퍼블릭 블록체인과 그에 기반한 크립토 생태계가 제안하는 새로운 사회 조직의 구성 원리이다. 아직 개념적인 초기 단계에 있고, 더욱 많은 실험과 시행착오를 거쳐 더 정교화되어야 하지만, 중앙화된 조직 체계에 너무나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이런 정도의 초보적 수준의 시도마저 매우 낯설거나, 비현실적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과연 DAO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생활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일까?

DAO의 개념적 구성

DAO는 탈중앙성과 자율성이라는 개념을 기반으로 구성된다. 탈중앙성이란 중앙화된 관리 기관없이 자발적인 참여자들의 탈중앙화된 의사 결정과 협력을 통해 공동의 목적을 이루고자함을 의미한다. 중앙화된 회사에 비유하자면, 회사의 경영진이 없는 회사이다. 다오에 참여하기 위해 누군가의 허가를 필요치 않는다. 조직이 이루고자 하는 목적에 동의하고, 그 조직이 필요로 하는 역할을 할 수 있으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자율적이라 함은 운영의 규칙이나 집행을 외부 기관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조직의 정관이라 할 수 있는 기본 규칙이 프로토콜로서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정의된다. 이 스마트 컨트랙트는 퍼블릭 블록체인 위에서 작동하게 되고, 사전에 합의된 방식을 거치지 않고서는 임의적인 수정이 불가능하다. 이 규칙의 집행을 위한 외부의 법적 계약이나 집행 기관이 대부분 불필요하게 된다. 조직의 다른 구성원에 대한 개인적 신뢰도 필요 없어진다. 개인에 대한 신뢰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모이더라도 쉽게 조직을 구성하고 운영해나갈 수 있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DAO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퍼블릭 블록체인과 스마트 컨트랙트의 기술적인 성숙도가 아직 미흡한 면도 있고, 오프체인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정보와 사건들을 효율적으로 온체인으로 매개하는 오라클 인프라의 수준도 아직 미흡한 단계이다. 프로젝트의 진행을 맡는 상당히 중앙화된 개발팀에 대한 의존도도 아직 높은 편이다. 법적 분쟁의 여지로부터 자유로운 것도 아니다. 하지만, 비록 이상적인 형태는 아닐지라도, 이미 다양한 형식의 초보적 DAO 모델이 다양한 영역에서 실험되고 있다.

DAO가 필요한 이유

중앙화된 조직이 여러가지 면에서 매우 효율적이고 생산적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특히 자본주의 발전과정에서 자본의 집중화와 독점화 경향은 이러한 조직의 중앙화 경향과 매우 잘 맞아 들어갔다. 또한 대부분의 근대국가 시스템 역시 중앙화된 조직 원리를 기반으로 생성되었고, 그 하위 시스템 역시 이에 대응해 매우 중앙화된 형태로 발전되어왔다. 문제는 이러한 중앙화된 독점적 자본과 국가의 시스템이 초래하는 부의 양극화와 권력의 양극화가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의 관점에서도 기존의 중앙화된 통제 시스템이 갈수록 글로벌한 스케일로 확장되어 가는 시장 메커니즘의 성장에 장애로 작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탈중앙화된 크립토 생태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주체가 좌우를 모두 포함하는 정치적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획일적인 중앙화된 사회적 통제 시스템이 초래하는 문제가 전사회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DAO의 장점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다양하다.


  • 독점적이고 중앙화된 권력을 분산시킬 수 있다.
  • 보다 투명한 조직의 운영이 가능하다.
  • 국가별 제도와 사회적 규칙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
  • 참여자 개인에 대한 사전 정보 확인을 통한 신뢰가 필요없다.
  • 글로벌한 참여자에 의한 빠른 조직 구성이 가능하다.
  •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효과적으로 결집할 수 있다.
  • 매우 작은 리소스를 사용해 매우 큰 규모의 자산도 집합적으로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측면의 장점을 바탕으로 집합적 소유와 관리를 통해 사람들이 협력할 수 있게 하는 메커니즘이 DAO이다.

DAO의 주요 요소들

DAO가 존재하려면 무엇보다 이러한 개념을 지지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협력을 하고자 하는 개인들의 협력 공간인 커뮤니티가 있어야 한다. 뜻을 같이하는 커뮤니티가 DAO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필요로 한다.


  • 스마트 컨트랙트 - 커뮤니티가 따른 규칙(프로토콜)을 정의하고 강제한다.
  • 퍼블릭 블록체인 - 스마트 컨트랙트의 보안성과 안정성의 기반을 제공한다.
  • 탈중앙화된 거버넌스 시스템 - 온체인·오프체인 투표 시스템
  • 안전한 키관리 시스템 - 멀티시그 또는 다자간 컴퓨팅에 기초한 키 분산
  • 커뮤니케이션 채널 - 디스코드, 트윗, 레딧, 채팅 등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 채널
  • 토큰 모델 - 거버넌스 수단과 참여자 확대를 위한 인센티브 시스템

모든 DAO가 이러한 요소들을 전부 포함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실험되고 있는 많은 DAO가 이미 가지고 있거나, 최소한 로드맵에 포함하고 있는 주요 요소들이다. 스마트 컨트랙트에 조직의 운영을 위한 모든 규칙을 사전에 완벽하게 코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추후에 이를 보강하거나 변경을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구성원들의 인위적인 의사 결정이 필요한 경우가 자주 생긴다. 대개는 거버넌스 토큰을 사용한 코인투표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기는 하지만, 코인을 많이 보유한 고래의 어뷰징을 방지하고자 하는 여러 가지 보완적인 시도도 있다.

추가적인 기능을 구현하거나 확장하기 위한 개발이 필요한 경우도 많은데, 이를 개발할 수 있는 팀에 대한 적절한 보상 역시 필요하다. 여기서 실제 개발을 담당하는 개발팀과 DAO간의 협력관계도 매우 중요하다. 사실상 개발팀이 거의 독점적 권한을 다 가지고 있고, 이름만 DAO라고 붙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DAO의 확산

DAO 개념 정립 시도는 이미 2014년부터 시작되었지만, 대중들에게 실체적으로 등장한 첫 번째 사례는 2016년 4월에 출범했던 ‘더다오(The DAO)’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DAO라는 일반적 개념을 더다오라는 하나의 사례와 혼동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더다오는 큰 주목을 받으면서 화려한 출발을 했지만 이더리움의 역사에 매우 뼈아픈 시련을 안겨주기도 했다.

일종의 탈중앙화된 벤처 캐피탈 모델을 추구한 것이었는데, 당시 가격 기준으로 1억 5000만 달러 상당의 이더(1150만 이더, 현재 시가로는 무려 360억 달러가 넘는다)가 스마트 컨트랙트에 입금되었다. 하지만 실제 첫 번째 투자를 집행하기 직전에 더다오의 스마트 컨트랙트 상의 치명적인 취약점 때문에 투자금의 삼분의 일에 해당하는 이더가 해커의 손에 넘어갈 위기에 처해졌다.

다행인 것은 미리 설정해 놓은 이더 이체 유예 기간 덕분에 해커의 손에 넘어가기 전에 손실을 중단시킬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비록 이더리움 개발진과 커뮤니티는 비상 하드포크를 통해 이더가 최종적으로 해커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는 했지만, 이더리움 클래식으로 체인이 분리되는 상황으로까지 전개되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더다오는 코드의 신뢰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고, 결국 전액 환불과 더불어 완전히 해체되었다. 이 사건으로 DAO라는 개념마저도 탈중앙화된 펀드가 가진 불안정성을 상징하는 대명사처럼 각인되었으며, 한동안 DAO라는 단어는 이더리움 생태계에 거의 금기어가 될 정도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더다오라는 개별 프로젝트는 실패로 남긴 오명을 딛고 새로운 DAO 모델이 활발히 등장하기까지는 몇 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2020년 이후로 전반적인 크립토 시장이 상승기를 맞이하면서, 특히 디파이 영역에서 거버넌스 기능을 탈중앙화하면서, DAO 모델이 다시 활발히 실험되기 시작했다. 주요 디파이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자체 프로토콜의 최적화와 개선을 위한 거버넌스 기능을 도입하고 투표권을 거버넌스 토큰 형태로 분배하고 있다.

말하자면 디파이 프로젝트 하나하나가 독립적인 DAO 형태를 띄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거버넌스 토큰이 거버넌스 자체보다는 손쉬운 인센티브 메커니즘으로 과도하게 남용되는 측면이 있지만,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맞춰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할 필요성은 항상 존재할 수밖에 없다. 유니스왑이나 스시스왑 같은 탈중앙화 토큰 교환 시스템에서도 변경된 룰의 적용이나 파라미터 업데이트가 필요하고, 이를 투명하게 결정할 방식으로 DAO 형태의 거버넌스 구조를 도입했다.

초기에는 주로 개발팀이 사실상 상당히 중앙화된 방식으로 이러한 업데이트를 수행하기도 했지만, 디파이의 규모가 성장함에 따라 보다 투명한 DAO 방식의 운영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그 이후 더욱 다양한 형태의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들이 새로운 영역에서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DAO 또한 더 다양하게 실험되고 있다. 커뮤니티 기반의 투자 목적으로 구성되는 것 외에도, 공익적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조직화에도 활용되고, 펀드레이징의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DAO의 활용 범위는 NFT와 메타버스의 성장으로 더 넓어지고 있다. 다양한 NFT의 발행과 판매를 위해서 DAO 구조가 사용되기도 한다. 메타버스는 현실세계에 직접적으로 종속되지 않는 새로운 조직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모든 활동이 인터넷에 의해 연결되기 때문에 DAO의 스마트 컨트랙트로 관할하기에 매우 좋은 대상이 될 수 있으며, 보다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운영이 가능하게 한다.

다오 전문 검색업체인 딥다오(DeepDAO)에 의하면 4천 개가 넘는 DAO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자금이 90억 달러를 넘었다고 한다. 2022년에는 더욱 많은 수의 DAO 실험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도 국보 경매에 참여해 국보를 시민의 힘으로 보호하자는 취지의 국보DAO가 매우 짧은 기간 안에 준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5억 원에 가까운 자금을 모집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비록 국보를 낙찰받기 위한 금액의 확보에는 실패했지만, DAO 모델과 활용 가능성에 대한 관심을 크게 불러일으켰다.

발전적인 DAO 모델의 정착을 위하여

DAO의 표준적인 모델이 완성되었다고 보기에는 너무 이르다. 더 많은 실험과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여러 가지 유스 케이스에 적합한 다양한 모델이 정립되리라 전망한다. 다만 이러한 실험이 더 생산적으로 확산되려면, 기존 법적 체계와의 호환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수 불가결하다.

DAO가 완전히 온체인 상에서 모든 활동을 끝낼 수 있다면, 비교적 현행법의 체계와는 독립적으로 운용될 수 있는 공간의 여지가 크지만, 오프체인 상의 법률적 행위를 동시에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이를 매개할 수 있는 법적 주체가 필수 불가결해진다. 이미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DAO를 유한회사로 등록할 수 있는 법이 마련되었지만, 아직 그 보편적 활용성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DAO의 법적 능력을 인정하는 법안 마련이 필요하겠지만, 혁신적인 DAO 모델에 대한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적 유예 조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

완벽한 모델이 가능해질 때까지 실험적인 시도는 오히려 다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이런 시각은 지금까지 크립토 생태계가 어떻게 형성되어 발전되어 왔는지에 대한 인식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다. 때로는 불안정하고 완벽한 모델은 아닐지라도 지속적인 도전과 실험에 의해 혁신의 발판이 마련되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본 기고는 <BBR: Blockchain Business Review> 3월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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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기사 감사해요 후속기사 원해요 탁월한 분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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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기사 감사해요 후속기사 원해요 탁월한 분석이에요

사계절

2023.12.25 15:50:36

기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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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B

2022.11.10 21:12:07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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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n5025

2022.04.03 16:58:19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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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n5025

2022.03.27 17:10:44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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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세스

2022.03.20 19:18:32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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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n5025

2022.03.20 15:24:39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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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넘

2022.03.20 11:29:40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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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공자

2022.03.19 00:17:37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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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두

2022.03.15 09:58:13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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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mini

2022.03.14 22:56:00

ㄱ ㅅ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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