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암호화폐 시장은 침체기를 겪고 있지만 대체불가토큰(NFT)을 비롯해 블록체인을 활용한 산업계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 중 하나가 게임 산업이다.
블록체인을 접목한 게임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으며, NFT를 활용해 게임 속 디지털 자산을 만들거나, 유저가 직접 플레이를 통해 디지털 자산을 얻을 수 있는 P2E(Play to Earn)는 게임과 블록체인 업계에서 뜨거운 감자가 됐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게임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2022년 1월 20일(현지시간) 코인데스크는 댑레이더의 데이터를 인용하며 “현재 디지털 지갑과 연동돼 있는 활성화된 게임은 398개가 있으며, 이는 1년 전보다 92% 늘어난 수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활성 게임까지 포함하면 전체 블록체인 게임 수는 1179개로 1년 동안 71% 증가했다”고 전했다.
모데스타 마소이트(Modesta Massoit) 댑레이더 재무이사는 “게임 업계의 이야기를 인용하자면, 훌륭한 게임을 만드는데 필요한 시간은 보통 2~4년 정도이다”라며 “이런 점을 감안했을 때 1년 동안 늘어난 블록체인 게임의 수는 인상적”이라고 설명했다.
마소이트 재무이사는 사용자 통계 중 게임 관련 스마트 컨트랙트와 연결된 개인의 지갑 수에 집중했다. 댑레이더의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하루 평균 게임 관련 스마트 컨트랙트와 연결된 지갑은 130만 개 수준인데, 2020년 말 기준 2만 8000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46배 늘어난 수준이다.
이러한 블록체인 게임 산업의 팽창은 당분간 계속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투자 리서치 회사이자 암호화폐 및 금융 분석업체인 퀀텀 이코노믹스(Quantum Economics)의 게임파이(GameFi) 리서치 이사인 제랄드 보타(Gerald Votta)는 “2022년은 블록체인 게임 분야가 2배 이상의 엄청난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보타는 “유비소프트(Ubisoft)나 EA(Electronic Arts)와 같은 전통적인 거대 게임사들이 최근 P2E를 위한 NFT 게임 대열에 합류하고 있어, 이런 추세는 확고해졌다”고 주장했다.
더샌드박스의 공동창업자이자 블록체인 게임 연합(Blockchain Game Alliance, BGA)의 회장을 맡고 있는 세바스찬 보르제(Sebastien Borget)은 “블록체인과 NFT, P2E의 메커니즘이 포함된 게임의 다양성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는 게임업계의 전반적인 관심 증가를 보여주는 좋은 지표”라고 설명했다.
세계 시장과 동떨어진 국내 게임법
글로벌 게임 시장이 NFT와 P2E에 집중하고 있지만 국내 게임 시장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게임 속 재화를 현금화하는 것에 대해 ‘사행성 우려’의 이유로 금지하고 있는 국내 게임법 때문이다.
지난 2019년부터 게임위는 블록체인 게임이나 P2E 게임에 대한 등급 분류를 거부해왔다. 게임이 게임위의 등급 분류를 받지 못한다는 것은 국내 게임 시장에 등록될 수 없다는 것이고, 이는 블록체인 게임과 P2E 게임이 국내에서 금지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앞서 2019년 게임위는 블록체인 게임 ‘인피니티 스타’의 등급 분류 거부 결정을 내린 바 있고, 최근에는 국내 최초 P2E 게임으로 불린 ‘무한돌파 삼국지’에 대해 등급보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2021년 12월 게임위는 무한돌파 삼국지의 개발사인 나트리스에 등급분류 취소 통보를 했으며, 나트리스는 법적 대응을 준비했지만 결국 2022년 1월 11일 앱스토어 퇴출 수순을 밟았다.
게임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P2E 게임들은 가상화폐(암호화폐)나 NFT를 제공하는데, 이런 요소들은 사행성이 번질 우려가 된다”며 “그 자체로 등급 거부의 소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 업계에서는 게임위의 이런 방침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세계 게임 시장의 흐름에 맞추지 못한 국내 게임 기업들이 도태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러한 우려 속에 지난 2021년 7월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블록체인 게임 토론회’를 개최하며 공론화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위가 주장하고 있는 사행성은 현재 메타버스 게임이나 NFT 게임에서 실현하는 P2E와는 다르다”라며 “P2E는 기본적으로 유저들의 플레이에 대한 보상이 지급되는 개념인데 도박에나 사용되는 사행성을 들이밀면서 게임을 금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P2E 게임의 규제 완화와 관련해서 최근 각 정당의 대선 후보들의 입장도 주목받고 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P2E 게임을 나쁘게 볼 필요 없다”며 “해외에서는 이미 활발한 사업인데 무조건 금지하는 것은 쇄국정책을 하는 꼴”이라고 언급하며 P2E 게임에 대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 1월 1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P2E에 대한 우려 섞인 메시지를 전했다. 하지만 해당 인터뷰가 윤 후보의 확인도 없이 선대위(선거대책위원회)에서 내보낸 것이라며 논란이 됐고, 이후 윤 후보는 P2E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다만, 게임 업계에서는 여야 후보들 모두 블록체인과 게임 산업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벽창호 같은 현재의 게임위 방침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