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이후 오랜 침체기를 이어오던 블록체인 업계는 올해 대전환기를 맞이했다. 암호화폐를 대표하는 비트코인은 올해에만 2번 최고가를 경신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비트코인 선물 ETF를 승인했다. 국내 또한 특정금융정보법(이하 특금법)이 시행되며 암호화폐의 제도권 편입이 시작됐다.
토큰포스트는 다가올 2022년을 맞이하기 전, 2021년 블록체인 업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주요 이슈 10가지를 선정해 정리했다.
⑥ 돈 벌기 위해서는 금융사들도 ‘암호화폐’
2021년을 기점으로 금융사들이 속속 암호화폐에 투자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의 대형 금융 기업들은 물론이고 국내 투자 회사들 역시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에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가장 대표적인 금융사인 JP 모건은 지난 4월 이미 비트코인을 정식 투자 종목으로 받아들였으며 7월에는 개인 투자자를 위한 비트코인 펀드 판매를 시작했다. 모건스탠리가 4월에 판매를 시작한 사모펀드의 경우 출시 2주 만에 322명의 투자자에게 2940만 달러(약 330억 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는데, 이들 투자자의 평균 투자 금액은 약 9만 달러 수준이었다. 골드만삭스 또한 2020년도부터 트레이딩 데스크를 통해 비트코인 파생상품을 제공해왔으며 암호화폐 관련 스타트업에도 꾸준히 전략적 투자를 이어왔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에 대한 직·간접적인 투자를 진행하지는 않더라도 글로벌 금융사들은 더 이상 암호화폐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21년은 유독 많은 글로벌 금융사들이 암호화폐 관련 상품을 내놓거나 관련 사업에 착수한 해였다”라며 “그동안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던 암호화폐가 점차 제도권에 편입되면서 이제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자산이 돼가고 있다”라고 밝혔다.
⑦ 채굴기업의 중국 대탈출기(Exodus)
2021년 5월과 9월, 중국 당국은 두 차례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단속을 발표했다. 암호화폐 채굴장에 대한 대거 폐쇄 조치가 단행되면서 전 세계 75%를 차지하던 중국 소재 채굴기업들은 잇따라 채굴을 중단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연구팀의 비트코인 채굴지도(Bitocoin Mining Map)에 따르면 2019년 3월 전 세계 채굴량의 75%를 차지하던 중국의 비중은 2021년 8월 0%로 하락했다.
중국 소재 암호화폐 채굴업체들은 가동을 중단하거나 미국과 카자흐스탄 등지로 사업장을 옮겼다. 카자흐스탄은 중국과의 거리가 가깝고 전기와 인건비가 저렴하다는 점, 미국은 인프라 조성 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채굴기업들의 선택을 받았다. 특히 미국 금융당국 수장들(제롬 파월 연준 의장, 게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의 친(親) 암호화폐 발언이 연달아 나오며 채굴기업들의 미국행을 촉진했다.
채굴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감소함에 따라 암호화폐 시장의 신뢰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동안 70%에 달하는 중국의 채굴 비중은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신뢰성 측면에서 약점으로 지적되던 부분이었다. 채굴기업들의 분산은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안정성과 중립성이 강화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특히 기존 시세 등락에 큰 영향을 주던 중국의 영향력이 감소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도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평가받는다.
⑧ 월(wall)가로부터의 독립, 디파이 금융 생태계의 성장
탈중앙화금융(DeFi, 디파이) 프로젝트에 예치된 암호화폐 자산 총액이 300조 원을 넘겼다. 2020년 10월 10조 원이었던 규모가 1년 만에 30배 증가한 셈이다. 암호화폐 가치의 상승과 함께 다양한 디파이 프로젝트들이 자리 잡으면서 산업 규모가 급격히 확장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는 디파이 시장이지만, 잇따라 발생하는 해킹 사고는 디파이가 극복해야 할 암(暗)이다. 2021년 8월 10일 디파이 프로젝트 폴리 네트워크는 해킹 공격을 받아 7000억 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탈취당했다. 이틀 후인 12일 해커가 해킹한 암호화폐 대부분을 반환하긴 했지만, 디파이 사상 최대 규모의 해킹이었다는 점에서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2021년 8월 30일 22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도난당한 크림파이낸스도 10월 27일 약 1500억 원 상당을 재차 도난당하며 보안상의 취약점을 드러냈다.
각국 정부의 규제 또한 디파이가 넘어야 할 산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인 게리 겐슬러는 2021년 10월 25일 한 행사에서 디파이 규제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디파이가 규제의 보호를 받지 못할 경우 좋지 않은 끝을 맞이할까 두렵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디파이를 규제 안으로 들여오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2021년 10월 28일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또한 “명확한 중앙집권적 실체가 있는 디파이 사업자는 가상자산 사업자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FATF의 지침을 준수해야 하는 각국 규제 당국이 강화된 규제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⑨ 세계 경제 선두에 선 ‘블록체인 업계’
2021년 블록체인 업계는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단순히 암호화폐의 가치 상승을 뛰어넘어 여러 분야에서 블록체인이 활용되고 있으며, 블록체인 관련 기업들은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세계적인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Coinbase)’가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는 것이다. 2021년 4월 나스닥에 직상장한 코인베이스는 블록체인 업계에 큰 의미로 다가왔다. 그동안 암호화폐는 내재가치가 없고 위험성이 높다는 이유로 비주류 자산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하지만 코인베이스의 나스닥 상장으로 인해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이 제도권으로 편입돼 주류 자산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역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국내 암호화폐 시장의 80%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의 경우 지난 9월, 10조 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데카콘’ 반열에 올랐다. 11월 3일에는 방탄소년단(BTS)으로 유명한 엔터 기업 하이브가 두나무의 지분 2.48%를 5000억 원에 취득한다고 공시하면서 두나무의 기업 가치가 20조 원 대로 평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⑩ 이더리움 2.0향한 발걸음, 런던 하드포크
2021년 8월 5일 이더리움의 ‘런던 하드포크’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해당 하드포크의 핵심은 수수료 개선 방안을 담고 있는 ‘EIP-1559’으로, 더 높은 수수료를 제시하는 거래가 더 빠르게 처리돼 가스비 경쟁이 과열되는 기존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EIP-1559는 자동으로 기본 수수료가 계산돼 과도한 가스비 지출을 막았으며, 네트워크가 혼잡할 경우 추가적인 팁을 지불해 작업을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거래에 사용되는 기본 수수료가 소각되면서 이더리움 가격변화에도 이목이 쏠렸다. 그동안 발행량에 제한이 없어 희소성이 떨어진다고 평가받던 이더리움의 공급량이 조절됨으로써 시세가 상승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더리움의 최종 목표는 블록 합의구조를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로 바꾸고 사용성과 확장성을 개선하는 ‘이더리움 2.0’으로의 도달이다. 디파이(DeFi)와 대체불가토큰(NFT)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는 이더리움이 더욱 생태계를 확장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