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디지털 위안화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 위안화 환전 기기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환전 기기가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디지털 화폐를 둘러싼 미·중 간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중국 은행은 2021년 11월 8일(이하 현지시간)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 수입 박람회에서 디지털 위안화 환전기를 공개했다.
환전기는 은행 계좌 없이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여권이 필요하다. 중국은 해당 기기를 통해 외화 17종에 대한 환전을 지원할 예정이다. 자세한 사용 방법 및 지원 외화 종류는 공개되지 않았다.
사진: ChinaDaily
이번에 공개한 환전기는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의 디지털 위안화 사용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림픽 개막을 앞둔 중국은 행사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선보이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미 선전, 베이징 등 여러 도시에서 디지털 위안화 실험을 진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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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보(Li Bo) 중국 인민은행 부총재는 2021년 4월 18일 "다가오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국내 사용자뿐만 아니라 국제 선수단, 방문객들에게 디지털 위안화(DC/EP)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 중에 있다"면서,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홍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도입 시도는 일반 기업과 기관에도 영향을 미쳐 논란이 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2021년 7월 6일 중국 공상 은행, 통신 은행 등 주요 은행의 직원들에게 매년 200~300명의 디지털 위안화 신규 고객을 유치할 것을 지시하고 이를 직원평가에 반영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맥도날드·나이키·비자 등 외국 기업에도 디지털 위안화를 지원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내부 고발이 나오기도 했다.
중국 당국이 이렇게까지 디지털 위안화 활성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이를 체제 선전의 목적으로 보기도 한다. 중국이 세계적인 축제의 장인 올림픽에서 디지털 위안화 결제를 공개함으로써 내부 결속을 도모하고 중국의 패권 의지를 드러내려고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은 디지털 위안화가 글로벌 준비 통화인 달러를 대체하기 위한 시도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 달러는 세계 외화 보유액의 60% 가량을, 중국 위안화는 2% 미만을 차지하는 가운데,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를 발행해 미국 주도의 경제 체제를 무력화시키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에 미국 재무부, 국무부, 국방부,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는 디지털 위안화가 가져올 잠재적인 영향력의 파악에 나서기도 했다. 미국 국가정보국(DNI)은 중국의 디지털 화폐 정책이 미국 국가 안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 중국 당국은 디지털 위안화 발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 당국은 "디지털 위안화는 국경 간 결제를 목적으로 설계됐으며, 달러화 대체 의도는 없다"라며 앞서 제기된 의혹을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