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금융권이 암호화폐 투자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관련 인재 채용을 서두르고 있다. 암호화폐와 거리를 뒀던 대형 은행들은 금융과 암호화폐 전문성을 두루 갖춘 인재를 구하기 위해 추가 임금까지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11월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리벨리오랩스(Revelio Labs) 데이터를 인용해 "2018년 이후 대형 은행 및 금융 기업들은 1000여 개의 암호화폐 관련 직무를 추가했다"고 보도했다.
링크드인 데이터를 수집·분석한 리벨리오랩스에 따르면 가장 많은 암호화폐 채용을 진행한 금융 기관은 JP모건, 웰스파고, 골드만삭스 등이다.
시티그룹과 모건스탠리도 관련 전문가를 채용했다. 시티그룹은 "고객들이 암호화폐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규제 같은 측면에서 신중하게 발전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1년 들어 9월까지 링크드인 프로필에 암호화폐 관련 직무를 추가한 이용자 수는 2020년 전체 수치를 넘어섰다. 2015년과 비교해서는 3배가량 늘어났다.
암호화폐 수용 나선 금융권
전통 금융권은 극심한 변동성, 투기 가능성, 불안정한 규제 상황 등을 이유로 암호화폐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CEO는 2017년 비트코인을 '사기'라고 비난했고, 2021년 10월에도 '무가치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전 세계 암호화폐 채택 수준과 고객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같은 금융권의 저항은 크게 줄고 있다. 오히려 관련 연구팀이나 거래 데스크를 열어 접점을 넓히는 상황이다.
JP모건과 골드만삭스는 암호화폐 선물 거래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후 JP모건 CEO는 자신의 견해와 상관 없이 은행은 고객 수요를 따를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제임스 골먼(James Gorman) 모건스탠리 CEO는 비트코인을 '아주 이상하다(surreal)'고 평가했다가 단순 유행이 아니라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모건스탠리는 암호화폐 연구팀을 신설해 운영 중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암호화폐 투자 방안을 문의하는 고객 요청이 지속됨에 따라 2021년 7월 관련 연구팀을 조직하고 인력 보강을 논의 중이다. 팀을 이끄는 알케시 샤(Alkesh Shah) 수석은 "산업과 기술이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면서 "생태계 전반에서 상당한 가치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결제 기업 마스터카드도 은행들이 신용카드·체크카드에 대한 암호화폐 보상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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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인재 모시기 경쟁에 프리미엄까지
은행들이 암호화폐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관련 인재를 급하게 충원하면서 연봉이 급등하고 있다. 금융 기관들은 암호화폐 전문가를 채용하기 위해 다른 부문의 같은 직급 대비 20~30%, 고위직의 경우 50%의 추가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암호화폐 업계에서 금융 기업으로 이동한 암호화폐 인재들은 평균 9%의 임금 인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앨런 존슨(Alan Johnson) 보상 전문 컨설턴트는 "은행들은 암호화폐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은행에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자체 서비스를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암호화폐는 대형 자산이고, 대형 기회이다. 인재 영입이 시급하기 때문에 은행은 기꺼이 많은 보상을 지급하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암호화폐 투자사 블록타워캐피털의 마이클 부켈라(Michael Bucella) 총괄은 "암호화폐 부문에서 월스트리트의 황금기를 경험하고 있다"면서 "자본 시장 2.0의 초기 단계에 와 있는 것"고 말했다.
금융 기관들이 암호화폐 인재들을 대거 흡수하면서 기술 기업과 암호화폐 전문 기업들은 오히려 인력난을 겪고 있다. 경력을 가진 인재들이 부족하기 때문에 경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