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2021년 9월 24일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를 접수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금융당국은 암호화폐 업계가 큰 혼란 없이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업비트와 코빗 외에는 신고 수리가 나오고 있지 않고 있어 업비트의 독점화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거래소 신고 한 달, 수리된 암호화폐 거래소 '2곳'
2021년 10월 25일 FIU에 따르면 현재 27개의 암호화폐 거래소와 13개 기타 사업자가 금융당국의 심사를 받고 있다. 이중 신고 수리서를 받은 거래소는 업비트와 코빗 2곳뿐이다. 빗썸과 코인원은 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ISMS)과 은행 실명계좌를 확보해 원화 거래 지원을 유지하고 있다.
나머지 25개 거래소는 원화 거래 지원을 중단하고 코인 간 거래만 가능한 코인마켓으로 전환했다. 2021년 초 FIU가 파악한 암호화폐 거래소가 66개였음을 감안하면 신고제로 인해 37곳이 폐업하거나 영업을 종료한 것이다.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해 사업을 종료한 거래소의 원화 예치금 잔액은 2021년 9월 21일 기준으로 42억 원이다. 이후 고객 인출이 이어지며 10월 20일 기준 17억 원까지 줄었다. 같은 기간 원화 거래 지원을 종료한 25개 거래소에서도 708억 원이 빠져나가 409억 원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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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되는 업비트 독주, 금융위는?
FIU에 따르면 신고제 시행 이후 거래소 원화 예치금은 약 62% 감소했으나 특별한 투자자 피해는 보고된 바가 없었다. 일각에서는 제도권 편입으로 법적 불안정성이 해소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신고제 시행 과정에서 업비트의 독과점은 훨씬 높아졌다. 금융당국은 2021년 말까지 약 3개월간 신고된 거래소들을 심사할 예정인데, 이 과정 동안 이용자들은 이미 원화마켓으로 신고 수리가 결정된 업비트로 이동하고 있다. 심사가 늦어질수록 거래소들은 이용자를 유지할 수 없어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업비트 이용자 수 증가세는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암호화폐 거래소를 포함해 금융권 전체 애플리케이션 중 업비트 앱의 접속자 수가 가장 많다. 2021년 10월 25일 업비트에 따르면 업비트 누적 가입자는 890만 명이다. 2021년 7월 470만 명이었던 것에 비해 두 배 가깝게 증가했다. 거래 규모 기준으로도 업비트의 시장 점유율은 80%를 웃돈다.
2021년 9월 1일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코인게코의 데이터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8월 26일 국내 비트코인 거래량의 83.28%가 업비트를 통해 움직이고 있었다. 11.62%인 2위 거래소 빗썸에 비해서도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업비트와 실명계좌 제휴를 맺고 있는 케이뱅크가 인터넷 은행이라 계좌 개설이 가장 쉽기 때문에 영업 중단 거래소의 이용자들이 주로 업비트에 몰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윤창현 의원은 업비트의 독점 구조에 대해 "업비트 독점 구조는 시장 질서와 소비자 선택이 아니라 행정 허가 절차가 사실상 은행에 떠넘겨진 불공정 입법 때문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암호화폐 업계가 질서 있게 흘러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2021년 10월 22일 "질서 있는 영업 정리를 계속 유도해 신고 기한인 2021년 9월 24일 이후 큰 혼란 없이 시장이 안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