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인터넷 은행으로 적자를 기록하던 케이뱅크가 업비트와 실명계좌 제휴를 맺으며 출범 이래 첫 분기 흑자를 달성했다. 케이뱅크는 2021년 상반기 누적손실 규모를 1년 전인 2020년 상반기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이기도 했다. 케이뱅크는 2023년 IPO, 주식시장 상장을 위해 연간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비트와의 제휴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케이뱅크, 업비트와 제휴 이후 얼마나 변화했나
2021년 1분기 케이뱅크의 분기별 성적표를 보면 2021년 2분기 39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2017년 4월 설립 이후 4년 만에 첫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첫 분기 흑자 기록 후 연간 흑자까지 달성할 수 있다는 분위기도 나오고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입수한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상반기에 업비트 연계계좌를 통해 약 172억 5500만 원의 수수료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NH농협은행이 빗썸과 코인원에서 받은 수수료는 각각 44억 원, 17억 8천만 원 규모였으며 신한은행이 코빗에서 받은 수수료는 약 5억 1800만 원이었다.
케이뱅크는 2021년 상반기에만 400만 명 늘어 2021년 6월 말 기준 619만 명의 고객 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0년 6월에 비해 26배가 늘어난 셈이다.
업계에서는 고객 수가 급증할 수 있었던 이유로 국내 암호화폐 업계 점유율 1위 거래소 업비트와의 계좌 제휴를 꼽았다. 업비트에서 거래를 하려면 케이뱅크의 실명계좌가 있어야 한다. 2020년 암호화폐 투자 열풍과 함께 업비트 이용 고객이 늘어나면서 케이뱅크 계좌 개설 고객 수도 늘어났다.
다만 케이뱅크 측은 업비트와의 제휴가 직접적인 수익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업비트 거래 수수료가 수익으로 잡히긴 하나, 수익보다 고객저변을 확대한 채널 효과가 컸다는 것이다.
암호화폐 투자 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우려되는 점으로 꼽히기도 한다. 전체 수익 중 비중이 크진 않지만 업비트에 받은 수수료가 아니면 적자를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흑자를 자랑한 2분기 39억 원 순이익도 업비트에서 거둔 수수료 수익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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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앞으로 다가온 특금법 시행, 4대 거래소는 상황은
현재 은행에 실명계좌를 받은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빗, 코인원 4개 거래소다. 하지만 업비트를 제외한 이들 거래소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빗썸과 코인원은 실명계좌 제휴를 맺은 NH농협은행과 자금세탁 방지 조항의 이견을 좁히지 못해 업비트의 여정을 지켜만 보는 상황이 됐다.
빗썸과 코인원 등은 특금법상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에 필요한 ‘실명계좌 확인서’를 받기 위해 거래은행과의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특금법 시행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2021년 9월 1일 현재까지 신고서를 제출한 거래소는 업비트 밖에 없다. 업비트는 2021년 8월 20일 일찍이 사업자 신고서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제출했다.
빗썸과 코인원은 신고서 제출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완료한 상황으로 ‘실명계좌 확인서’가 갖춰지는대로 사업자 신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코빗과 제휴를 맺은 신한은행은 코인빗에 계좌 입금정지를 집행하고 코빗에는 연계계좌 계약을 연장할 전망이다. 신한은행은 2018년 1월 처음 코빗과 실명계좌 발급을 제휴하고 6개월에 한 번씩 재계약을 결정해왔다. 업계 선두주자인 신한은행이 암호화폐 시장의 가능성을 엿보고 있지만 실명계좌 발급 시 은행이 받는 리스크에 비해 얻는 수수료 등이 크지 않은 점으로 재계약은 불확실하다는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업비트와 금융위, 케이뱅크가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20여 일로 좁혀진 특금법 시행 기간에도 여전히 업비트 외에는 사업자 신고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에 윤창현 국민의 힘 의원은 2021년 8월 27일 국회에서 열린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업비트, 케이뱅크, 금융위의 삼각동맹이 있는 것이 아니냐"고 말한 바 있다.
업계 점유율 75% 차지하는 업비트...“100%되나?”
이런 상황에서 업계 독점과 투자자피해를 해결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4대 거래소의 거래량은 국내 거래소의 9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은 2021년 7월 13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현재 은행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을 발급받고 있는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누적 가입자가 656만 명이며 예치금은 6조 8900억 원이라고 밝혔다. 2021년 4~5월 중 실시한 토큰포스트 설문조사에 따르면 업비트는 75.99%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금세탁방지 등 가상자산사업자 규제를 위해 만들어진 특금법도 대형 거래소에 맞춰 만들어진 법”이라며 사실상 빗썸·업비트 정도 외에 중소 거래소들은 사업 준비 조차 힘든 상황이며 이런 식의 규제가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다는 측면에서 좋은 것인지 고려해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거래소 심사를 거부하는 은행, 은행의 실명계좌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무더기 상장폐지를 진행하는 거래소, 은행에 책임을 묻는 금융위 등 업계 관계자 책임공방에 애꿎은 투자자들만 피해를 보는 '경전하사'의 상황을 막기 위한 대책이 시급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