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국내 상위 5% 수준의 연봉을 받는다고 알려져 취준생들에게 이른바 '신의 직장'으로 불린다. 하지만 금감원을 퇴직하고 재취업한 퇴직자가 2021년에만 3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취업처에는 금융권, 암호화폐 거래소, 법조계 등이 포함됐다.
2021년 9월 29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답변 자료 '금융감독원 퇴직자에 대한 공직자윤리의원회의 취업심사 현황'에 따르면, 2020년 8월~2021년 8월까지 금감원 퇴직 후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재취업한 4급 이상 직원은 총 4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2021년 1월부터 8월까지 재취업한 퇴직자는 임원 2명, 1급 3명, 2급 11명, 3급 9명, 4급 1명 등 총 26명이다. 2021년 9월에는 2, 4급 각 1명씩 재취업을 승인받아 2021년 9개월 동안 새 회사로 옮긴 금감원 퇴직자는 총 28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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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부터 2021년 9월까지 4년 8개월간 진행된 심사를 통해 재취업한 금감원 퇴직자 84명 중 3분의 1(33.3%)에 해당하는 규모다.
올해 재취업한 퇴직자의 절반에 해당되는 15명은 금융권을 선택했다. 이들은 각각 한국금융투자협회, 한국회계기준원, 한국기업데이터, 코스닥협회, 삼성경제연구소, 현대자산운용, 현대캐피탈, KB저축은행, 유진투자증권의 고문·위원·정책실장 등의 직책으로 이동했다.
온라인 금융 플랫폼이나 암호화폐 거래소와 같이 새롭게 떠오르는 분야로 옮긴 사례도 발견됐다. 금융교육국에 있던 A 수석조사역(3급)은 카카오페이 정책실장으로, 핀테크 현장자문단 소속 B 부국장조사역(2급)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인 두나무 고객보호실장으로 재취업했다. 이 외 11명은 법무법인이나 법률사무소 등 법조계에, 나머지 1명은 방산업체에 취업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4급 이상인 금감원 직원은 퇴직일로부터 3년간 원칙적으로는 금융회사에 재취업할 수 없다. 다만 퇴직 전 5년간 담당한 업무와 취업하려는 기관에서 맡는 업무 간 관련성이 없는 등의 사유가 심사를 통해 인정되면 가능하다.
한편, 일각에서는 금감원 퇴직자의 이직경로를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 나온다. 금융사의 관리감독을 해온 금감원 출신들이 각종 이슈가 터질 때마다 관련 금융사나 로펌 등에서 '바람막이'역할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사나 로펌행을 택하는 금감원 퇴직자가 늘면서 금융당국의 검사·감독 기능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금융감독 업무의 효율성과 신뢰성 제고를 위해 철저한 재취업 심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