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보호관리체계(ISMS)와 실명확인계좌가 특금법 상에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시됐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암호화폐의 범죄 운용 우려에 따라 국내에서 자금세탁방지를 위해 2021년 3월 25일 시행된 법안이다. 특금법에 따라 암호화폐 거래소 등의 가상자산사업자들은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해야 한다. FIU의 승인을 받아야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신고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ISMS와 실명계좌이다.
2021년 8월 12일 여야가 가상자산 전문가, 업계·정부부처 관계자와 뜻을 모아 개최한 '가장자산 법제화 및 개선방안 국회 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은 이정엽 블록체인법학회장은 “FATF가 요구하지 않은 ‘실명계좌’와 ‘ISMS’가 특금법에 적용돼 거래소 외 사업의 싹을 자르는 것은 아닌지 집중토론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에는 ▲정상호 델리오 대표이사 ▲조원희 디라이트 대표변호사 ▲정지열 한국자금세탁방지전문가협회장 ▲허준범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정책기획팀장 및 변호사 ▲조진석 한국디지털에셋(KODA) 이사 ▲이상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보안수준인증팀장 ▲이준행 고팍스(스트리미) 대표이사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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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행 고팍스 대표는 특금법의 두 가지 문제로 ▲모호성으로 발현되는 해석의 문제 ▲관할의 문제를 꼽았다. 먼저 실명계좌 발급의 문제로 “의도는 좋지만 은행 입장에선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내줄 때 은행이 피해볼 수 있다는 우려로 아직 실명계좌 발급을 안해주는 것인데, 유사한 사례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또한 “은행이 걱정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의 제재 대상은 명확히 없었다”며 “공공선을 위해 사업자들을 독려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 발제자로 나선 정지열 협회장은 “실명계좌 없이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를 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 최근 발의된 바 있으며, 실명계좌 없이 신고하는 게 글로벌 트렌드에도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명계좌 조항을 삭제하거나 전문은행제를 도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상무 KISA 팀장은 “기업이 시스템을 운영하려면 정보보호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ISMS는 그것을 객관적으로 심사하는 것”이라며 "신생기업이 정보보호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를 때 기준이 되는 체계인데, 특금법이 생기면서 정보보호가 필요한 부분을 여러 인증방법 중 ISMS로 하도록 선택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정상호 대표는 “특금법은 대형 거래소에 맞춰 만들어진 법이며 사실상 빗썸·업비트 정도 외에 실명계좌가 필요한 규모가 아니다”라며 “이런 식의 규제가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다는 입장에서 좋은 것인지 고려해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암호화폐를 코인이 아닌 산업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 대표는 “대기업인 CJ와 코카콜라도 NFT 사업을 하고 아마존이나 페이팔도 코인 결제를 도입했다”며 “유독 우리나라만 준비가 안돼 있고 법적·제도적으로 산업 성장을 막고 있다”라며 특금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허준범 변호사는 “금융당국의 입장에서 특금법의 장점을 보자면, FIU에서 선제적 제도화 나서줘서 혼란스러운 가상자산 산업권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제도화 이전 가상자산의 법인세·상속세 등의 탈세 가능성을 차단한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특금법이 업권법으로 발전할 순 없다”면서 “자금세탁방지법인 특금법만으로는 한계가 존재하며, 전자금융거래법이나 자본시장법에 가상자산의 성격을 담아 개정해 업권법에 접근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