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치솟던 상위권 암호화폐가 2021년 5월 13일 일제히 급락했다. 6만 달러 부근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BTC)은 4만 7천 달러 부근까지 큰 폭으로 폭락했다. 주요 알트코인도 두 자릿수가 넘는 하락폭을 보이며 시장에 충격을 안겨줬다.
2021년 5월 13일 10시 35분 기준 암호화폐 정보제공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BTC)은 최대 15%가 하락해 5만 달러 선이 붕괴됐다. 이더리움(ETH)과 바이낸스코인(BNB), 도지코인(DOGE)은 각각 5.91%, 9%, 14%가 하락했다.
이번 하락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우려한 증시 급락 영향 ▲미국 전기자동차 생산업체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 지원 중단과 관련한 일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이다.
인플레이션, 암호화폐 시장 덮친 '보이지 않는 공포'
2021년 4월 미국 증시에 인플레이션 공포가 확산됐다. 4월 소비자 물가가 올랐다는 소식은 세계 증시를 흔들었다.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진다는 전망과 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가 회복되지 않은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두 의견 대립이 첨예하다.
미국 뉴욕 증시가 인플레이션 공포로 하락하자 이런 상황에서 주요 암호화폐도 급락하고 있는 것이다. 암호화폐가 주류시장에 편입되며 증시와 암호화폐 시장은 함께 움직이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5월 10일 뉴욕 증시의 나스닥은 2.5% 이상 하락하고 비트코인은 5%, 올해 3,100%나 폭등했던 도지코인은 20% 급락했다.
글로벌 금융 뉴스 포털 FX 엠파이어(FX Empire)는 "2021년 5월 7일 인플레이션은 이미 왔고,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목표인 2%를 훨씬 초과했다"며 "차라리 금을 사는 것이 이득"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시장 분위기에도 연준은 물가 상승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며 완화적 통화 기조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헤지펀드 업계 전설 스탠리 드러켄밀러(Stanley Druckenmille) 듀케인패밀리오피스 회장은 미국 경제 전문 채널 CNBC에 출연해 "모든 자산에서 거품이 발생하고 있다"며 "연준의 정책이 장기적으로 달러의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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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쇼크' 일론 머스크 한 마디에 흔들리는 암호화폐
일론 머스크가 비트코인을 사용한 테슬라 전기차 구매 결제 지원을 중단한다는 트위터 발표는 암호화폐 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5만 달러 윗선을 고수하던 비트코인은 4만 달러 대로 급락했다.
일론 머스크는 2021년 5월 12일(현지시간) "비트코인 거래를 검증하는 데 사용되는 환경적 우려에 마음의 변화가 생겼다"며 "비트코인 채굴이 보다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 전환되면 즉시 테슬라 결제에 비트코인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는 암호화폐를 언급할 때부터 기후 문제로 환경운동가와 투자자 항의에 직면해 있었다. 그동안 기업의 암호화폐 투자는 세계적 트렌드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문가들의 의견이 꾸준히 있었다. 오늘날 ESG는 기업의 단순 관리 요소를 넘어 기업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열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럼에도 테슬라는 2021년 2월 15억 달러(한화 1조 7000억 원)의 비트코인을 구매하고 전기차 결제 수단으로도 허용한다고 밝혔다.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하루 만에 약 20% 급증한 바 있다. 일론 머스크는 2021년 5월 1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로 '테슬라가 도지코인(DOGE) 결제를 허용할까요?'라는 질문을 올려 도지코인이 10% 상승하기도 했다.
이후 이틀 만인 2021년 5월 13일 환경에 대한 악영향으로 비트코인의 결제를 중단한다며 급작스러운 행보를 보이자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일론 머스크를 두고 '배신자', '뒤통수'라고 언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가 ESG 경영에 대한 사회적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환경문제를 핑계로 다른 암호화폐를 띄우려는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발언 후 안토니 폼플리아노 모건크릭 디지털에셋 창업자는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가 달러 결제를 중단하길 고대한다"며 "달러도 환경에 막대한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라고 비꼬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021년 5월 13일 '딜북 뉴스레터'에서 일론 머스크의 입장 변경을 다룬 기사를 통해 "테슬라나 머스크가 발표 전에 비트코인을 팔았는가"라며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가 비트코인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직전·후의 모든 조치가 자세히 검토돼야 한다"고 일론 머스크의 행동에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