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유명 벤처캐피털 안드리센 호로위츠(a16z, Andreessen Horowitz)가 암호화폐와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10억 달러(약 1조 12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대한 투자 성공이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대한 투자 확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21년 5월 1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는 사안을 잘 아는 4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A16z가 세 번째 암호화폐 전문 투자 펀드를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목표 금액은 8억~10억 달러다. 2020년 5억 1500만 달러를 조달한 두 번째 펀드보다 두 배 커진 규모다. 암호화폐에 집중 투자되는 가장 큰 자본 풀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신규 암호화폐 펀드에 대한 A16z의 공식 발언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a16z, 코인베이스 투자맛 봤다
업계는 a16z의 초기 암호화폐 투자들이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더욱 암호화폐 투자 보폭을 넓히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암호화폐 직접 투자를 통한 높은 수익과 함께 나스닥 입성에 성공한 코인베이스가 10억 달러 대 암호화폐 전용 펀드라는 대형 상품을 내놓게 된 주요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코인베이스는 2021년 4월 14일 나스닥에 직상장해 기업 가치를 600억 달러로 평가받고 있다. 상장 초기에는 기업 가치가 759억 달러에 달했다.
a16z는 2013년 코인베이스에 처음 투자하기 시작해 2020년까지 총 8차례에 걸쳐 투자했다고 밝혔다. 규제 문건에 따르면 최초 거래가 기준 112억 달러에 달하는 지분을 보유 중이며 상장 이후 1억 2000만 달러 상당을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 3월 39억 달러 상당을 운용하는 듀크 기부재단도 2015년 코인베이스의 C투자 라운드에 참여해 100배에 달하는 수익을 거뒀다고 알려진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코인베이스 직상장을 통해 거래소 직원들과 초기 투자자들이 엄청난 수익을 얻었다"면서 "이들이 새 벤처 부문에 수익을 재투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암호화폐 투자 큰 손 'A16z'
a16z는 2009년 마크 앤드리슨(Marc Andreessen)과 벤 호로위츠(Ben Horowitz)가 공동 창업한 실리콘밸리의 IT 벤처 전문 투자사다. 2020년 말 자산 358억 달러 상당(약 40조 원)을 운용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주로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 성장 단계의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 중이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에어비앤비, 스카이프, 깃허브 등 수많은 벤처 기업에 성공적으로 투자했다.
벤처 투자사는 일반 펀드를 통해 암호화폐와 코인베이스, 리플 등 초기 암호화폐 기업에 투자하다가 2018년 첫 암호화폐 전용 펀드를 조성해 암호화폐 투자 저변을 넓혔다. a16z는 페이스북의 리브라(현 디엠, Diem) 협회의 창립 회원사이기도 하다.
2019년에는 투자 자문업체로 규제 기관에 정식 등록됐다. 암호화폐에 대한 보다 자유로운 투자가 가능해지면서 암호화폐 투자 비중에 제약이 있는 일반 벤처 펀드와 다른 차별성을 갖추게 됐다.
크리스 딕슨(Chris Dixon) a16z 암호화폐 펀드 총괄은 2020년 5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암호화폐가 성공할 것이라는 것에 단 한번도 의심한 적 없다"며 "암호화폐 산업은 곧 대박을 터뜨릴 것"이라고 산업 전망을 낙관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인공지능 업계도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지금의 단계까지 발전했다"면서 "암호화폐 기술도 마찬가지다. 암호화폐 산업은 이제 막 '황금기'에 접어들었다"고 강조한 바 있다.
2020년 6월 케이티 혼(Katie Haun) a16z 파트너는 "도서, 음악과 같이 화폐도 10년 내 디지털화될 것"이라며 "리브라처럼 많은 벤처 캐피털이 투자한 프로젝트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고 많은 경쟁자들이 시장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암호화폐 투자 수익, 암호화폐에 재투자
a16z는 2021년 들어서도 암호화폐 투자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유명 대체불가토큰(NFT) 게임 'NBA탑샷(NBA TopShot)'의 개발사 대퍼랩스(Dapper Labs)를 지원하고 있으며 NFT 마켓플레이스 오픈씨(OpenSea)의 2300만 달러 투자 라운드를 이끌었다.
기업 가치를 세 배가량 상승시킨 핀테크 스타트업 커런트(Current)의 투자 라운드와 영지식(Zero-knowledge) 프라이빗 애플리케이션 플랫폼 알레오(Aleo)의 투자 라운드도 a16z가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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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들, 암호화폐 성투에 '묻고 더블로'…투자 늘린다
암호화폐 투자를 확대하는 투자기관은 a16z 뿐이 아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시장 전반이 호황기를 맞으면서 다수의 암호화폐 투자 기관들이 대규모 활동 자금 마련에 나서고 있다.
초기 암호화폐 투자사 중 하나인 판테라캐피털은 암호화폐와 관련 기업에 모두 투자할 수 있는 새 블록체인 펀드를 조성 중이다. 목표 금액은 6억 달러 상당이다. 2018년 1억 7500만 달러를 조달한 자체 펀드보다 3.8배 규모를 불리고 있다.
2021년 4월 드래곤플라이캐피털(Dragonfly Capital)이 추진하는 두 번째 암호화폐 펀드는 2억 2500만 달러를 모금했다. 2018년 펀드(1억 7500만 달러)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로 세콰이어캐피털차이나(Sequoia Capital China) 등 대형 기관 투자자들이 참여했다.
a16z의 세 번째 펀드는 2018년 프레드 어삼(Fred Ehrsam) 코인베이스 공동 창업자와 매트 황(Matt Huang) 전 세콰이아 파트너가 출시한 암호화폐 투자회사 패러다임(Paradigm)이 조성한 펀드와 비슷한 규모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피치북(PitchBook) 자료에 따르면 패러다임은 하버드, 예일 대학 기부재단 등 대형 투자자들로부터 총 10억 달러를 모금했다.
시장 전반에 규제 불확실성이 남아있지만 월등한 암호화폐 투자 실적은 연기금, 재단 등 기관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및 관련 산업에 다시 투자하도록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2021년 초부터 4월 23일까지 우량기업주 500개 종목을 포함하는 S&P500지수는 12%, 블록체인·암호화폐 관련주 바스켓은 46%, 비트코인은 89%의 투자 수익률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