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준(Fed)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내재 가치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관련 문헌들에 대한 심층 연구를 진행했다.
미 연준은 지난 9일(현지시간) 공식 사이트에 CBDC의 내재 가치에 관한 문헌조사 보고서를 게재했다.
보고서는 "최근 기술 발전으로 전자 지불수단이 증가하면서 공공부문의 관련 역할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며 "CBDC의 등장으로 공공 및 민간 부문의 자금 제공과 직접적인 통화정책 전달 수단으로 CBDC를 활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도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연준 연구진은 민간 연구원이나 영란은행 등 중앙은행이 발간한 다양한 문헌들을 종합해 문헌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CBDC에 관한 이론적 기초를 제공하고, 향후 사업 진행 시 고려해야 할 주요 사항들도 제시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CBDC 관련 문헌들은 CBDC가 △시중은행에 미치는 영향과 △통화정책·금융안정성에 미치는 영향, △복지적 함의 등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CBDC는 시중은행의 주요 자금원인 '이자부 예금'으로 기능할 수 있다. 이는 은행이 저축자에 제공하는 예금 금리를 조정하게 만들고,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을 상승시킬 수 있다. 이에 일부 정책입안자들은 CBDC로 인한 금융 탈중개화, 예금·대출·투자 감소 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편, CBDC가 거래 부문에 도입되면 소비자 보유·거래 물량, 소비 규모가 증가하고, 금융 포괄성도 확대될 것이라는 주장도 확인됐다.
일부 문헌들은 새로운 통화 정책 도구로서 CBDC가 가진 잠재력에 주목했다. 이에 따르면 중앙은행은 대규모 정책 목표를 가구에 직접 전달하면서 거시경제적 충격을 더욱 유연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문헌조사는 추가 연구를 실시하기 위해 기존 연구 내용들을 사전 검토하는 작업이다. 해당 보고서는 연준이 CBDC에 대한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며, CBDC의 내재 가치를 관련 사업 추진에 필요한 주요 연구 주제로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문헌조사 특성 상 많은 의문들이 남아있다"면서 "소비자 채택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지급 수단 및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CBDC가 가진 내재 가치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CBDC가 화폐나 예금 또는 두 가지를 모두 대체할 수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연준은 CBDC가 현금, 실시간총액결제(RTGS)의 기능을 제공할 수 있지만, 거래 익명성과 프라이버시 보호, 수탁 리스크 측면에서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CBDC 연구·개발 흐름에 뛰어들고 있다. 한편, 지난달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미국은 이미 안전하고 활성화된 결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면서 "선제 우위를 점하는 것보다 보안, 프라이버시 등 리스크를 제대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발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