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변곡점에 와 있습니다. 항상 혁신적인 기술업계 리더의 위치를 지켜왔지만, 블록체인 분야에서는 잠시 정체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ICO, 암호화폐, 블록체인을 분리하고자 하는데, 결국 모든 개념들에 대해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GBBC(Global Blockchain Business Council)의 CEO 산드라 로(Sandra Ro)의 발언이다.
GBBC는 글로벌 블록체인 비즈니스 협의회로, 전 세계 블록체인 업계 교육을 지원한다. 정부, 규제기관, 대기업과 협력해 기술 논의를 비롯한, 전반적인 산업 성장을 위해 힘쓰고 있다. 첨단기술 도입으로 전 세계의 변화를 목도한 시점에서, 글로벌 커뮤니티를 구축함으로써 블록체인 기술, 업계, 대중의 '가교' 역할을 맡고자 한다.
지난 10월 11일 개최된 국제 블록체인 컨퍼런스 'GBPC(Global Blockchain Policy Conference) 2018'에 참석한 GBBC의 CEO 산드라 로를 블록체인 전문미디어 토큰포스트가 만났다. 인터뷰 전체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Q. 블록체인의 이상적인 도입 분야는 어디일까요?
많은 이들이 모호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과연 블록체인 기술로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까'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TCP/IP 모델이 어떤 원리로 작용하는지 모릅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거래 내역 및 데이터를 저장해 공유하는데, 이 개념은 광범위하게 적용 가능합니다. 산업계와 정부를 포함한 수많은 분야에 사용되리라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어느 분야의 도입이 우선시돼야 할까요?
저는 과거 금융업계 종사자라 당연히 금융 분야에 관심이 많아요. CME(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비트코인 선물거래 상품 출시에 이바지했고, 지금은 블록체인 업계 교육에 힘쓰고 있습니다.
GBBC는 정부, 규제기관, 대기업과 협력해 블록체인이 어떻게 쓰일지 고민하고, 진정 블록체인 기술이 필요한지 대안은 없는지 등을 논의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블록체인 기술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고, 교육뿐만 아니라 파트너십, 변호 등 전반적인 산업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암호화폐 시장 버블이 터질 것"이라는 주장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저는 금융시장을 아주 오랜 시간 지켜봐왔습니다. 외환거래 시장에서 많은 세월을 보냈는데, 시장은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해요. 비트코인은 10년째 우리 곁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동안 호황기도, 쇠퇴기도 있었죠.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는 올해 암호화폐 하락세는 결국 시장의 하락을 의미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움직임이 필요했습니다. 대중의 관심 때문에 작년 과도한 가격 상승이 있었고, 암호화폐의 의미를 모르고 맹목적인 투자가 일어났습니다. 저는 이번 시장 약세를 긍정적으로 판단해요. 대중의 이해도가 높아지고, 더 나은 결론이 도래할 것이라고 봅니다.
버블이 터질까요? 또다른 움직임이 있을지는 지켜봐야 알겠죠. 하지만 결국에는 여러분이 투자자인지, 투기자인지, 장기 투자자인지에 따라 나뉜다고 봅니다. 어떤 종류의 참여자라도 각각의 토큰과 코인의 기능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가 요구되는 분야입니다. 무엇보다 직접 공부해야 하고, 숱한 스캠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기본적인 기술 이해를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Q. 현재 비트코인의 6~7천 달러 가격선이 적정한가요?
비트코인의 가격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편이지만, 비트코인에 관심이 있다면 손익분기점 분석은 알아야 합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적용되는 인센티브 요소와 같은 근본적인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요. 비트코인은 채굴에 기반한 시스템으로, 에너지 소비와 장비 구비에 소모되는 자원을 생각해봤을 때 채굴자 입장에서 손익분기점이 존재합니다.
몇몇은 5~6천 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보기도 합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져도 채굴 비용이 있기 때문에 최저 하락점이 존재한다고도 하죠. 물론 판단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장기 투자자이건 투기자이건 저는 직접 공부하라고 말합니다.
저는 비트코인을 아주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습니다. 장기적인 투자관을 가지고 있는데, 지난 6년 간 이 기술을 지켜보며 느낀 바가 있기 때문입니다. 네트워크를 통해 가치를 전송하는 방식과 이중지불을 해결하는 것은 생각해보면 정말 놀라운 일이에요. 비트코인이 이슈화되면서 가격도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데 결국 투자 결정은 직접 판단해야 합니다.
Q.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의 ETF(상장지수펀드) 승인 여부를 어떻게 전망합니까?
현재 여러 건의 ETF 승인 신청이 접수됐는데, SEC 입장에서도 굉장히 어려운 결정입니다. 한 건을 승인할 경우 다른 신청도 승인해야 하고, 이더리움 등 다른 코인들도 승인해야 할 수 있어요. 선례를 세우기 위한 절차이고, 규제 내 승인을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결정을 어떻게 내릴지는 SEC만이 알겠죠.
하지만 신청에 있어 중요한 세부사항들, 가격 조작 가능 여부, 환금성 등이 기준에 적합한지 살펴봐야 합니다. 상품에 대한 정교한 규제가 존재하는 이유니까요. 선물상품을 CFTC(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규제하고, ETF를 SEC가 규제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모든 ETF 신청안이 장단점을 갖고 있는데,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Q. 한국 정부의 규제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대한민국 정부의 여러 당을 대표하는 의원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번 행사가 세 개의 당이 공동주최한 첫 블록체인 컨퍼런스로 알고 있는데, 대개 국회의원들은 하나의 주제를 두고 쉽게 동의하지 않아요. 세 개의 다른 정당이 하나의 주제와 공통된 뜻으로 모였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입니다.
한국은 변곡점에 와 있습니다. 항상 혁신적인 기술 업계 리더의 위치를 지켜왔지만, 블록체인 분야에서는 잠시 정체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ICO, 암호화폐, 블록체인을 분리하고자 하는데, 결국 모든 개념들에 대해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불투명한 답변이나 완전 금지령을 내리면 종사자들은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어요. 최근 몇 달 간 한국에서 많은 인재, 재능, 자금이 타국으로 새어나가는 안타까운 현실이 포착됐습니다.
Q. 암호화폐 과세 정책에 대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암호화폐는 정부에게 적이 아니라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직접적인 거래가 가능한 지불 시스템이 있다면, 스마트 컨트랙트를 입혀 과세를 적용할 수 있어요. 이는 자동적으로 어떤 거래도 손쉽게 과세가 가능해진다는 말입니다. 효율적인 관리, 정책 설립에 필요한 데이터 축척, 확대된 세수입까지 정부 입장에서 긍정적인 요소가 많아요.
사업가들에게 매혹적인 제안을 하려면 명확해야 합니다. 시장, 사업가, 기업은 불확실한 것들을 아주 싫어해요. 과세에 대한 불확실성, ICO 규제안, 블록체인 창업 관련 법안, 계좌 개설 등은 기본적이고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입니다.
Q. 패널 토론 중 인상 깊었던 질문이 "정책 입안자들과 많이 대화하는 분으로서 가장 힘든 부분이 무엇인가요?"였습니다.
사고방식과 문화를 바꾸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이것이 무엇인지, 세상과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다음 세대의 혁신가와 시민을 위해 어떻게 올바른 결정을 내릴지에 대해 많이 고민하는데, 한편으로는 그러한 영향에 대한 분석을 무시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Q. GBBC의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현재 우리의 미션은 교육입니다. 지금까지 40여 개국에 방문했고, 더 많은 일정이 예정돼 있어요. 전 세계 195개의 나라가 있는 만큼 갈 길이 멀지만, 결국 기술 발전에 따라 세계도 변화하리라 예상합니다.
향후 블록체인 기술 적용이나 다른 업계로 확장해나갈 때 지원해주는 '가교' 역할을 하려 합니다. 블록체인은 다수를 위한 기술입니다. 글로벌 커뮤니티를 구축해 교류가 없던 단체들끼리 소통을 나누고, 올바르게 사용된다면 사람들을 끌어모을 잠재력이 있습니다.
차지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