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디지털 유로에 대한 대중 의견을 모으고 있다.
12일(현지시간) 공식 사이트에 따르면 ECB는 디지털 유로 발행에 대한 공공 협의에 들어갔다. 개인, 기업, NGO, 산업 협회, 교육기관 등 누구나 공개 협의를 위한 설문 조사에 참여할 수 있다. 내년 1월 12일까지 진행된다.
설문에서 ECB는 디지털 유로가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둬야 할지 중요도에 따라 순위를 매길 것을 요청하고 있다. △유로 전 지역 지원, △프라이버시 보호, △스마트폰·결제 단말기를 통한 이용, △인터넷·전력 없는 이용, △손쉬운 이용, △추가 비용 없는 이용, △전용 실물 장비 지원, △안전한 결제, △즉각적인 결제가 보기로 제시됐다.
응답자는 순위 선정에 대한 설명을 남길 수 있다. 아울러, 디지털 유로 사용을 꺼리게 되는 우려 사항, 은행 계좌가 없거나 장애를 가진 이용자에 대한 포괄성 확대 방안 등도 제시할 수 있다.
또한 설문조사는 중개기관 없는 디지털 유로 모델과 중개기관을 필요로 하는 디지털 유로 모델 중 선호하는 방식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설명에 따르면 중개기관 없는 디지털 유로는 디지털 형태의 현금과 유사하다.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오프라인에서도 이용이 가능하며 높은 프라이버시 수준을 제공한다.
반면에 중개기관을 필요로 하는 디지털 유로는 온라인에서 이용할 수 있으며, 기업과 시민에 부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또 기존 서비스와의 호환 수준이 높아 현재 이용 가능한 전자 금융 서비스와 앱에 통합하기가 수월할 모델이다.
설문에는 금융 및 기술 전문가를 위한 항목도 있다. ECB는 전문가들에게 은행, 민간 기관, 결제 기관 등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 또 프라이버시, 오프라인 이용 가능성, 금융 포괄성 같은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위조 방지 솔루션, 기술 복원력, 백엔드 인프라, 장치 설계에 대한 조언도 요청했다.
이밖에도 △프라이버시 및 자금세탁방지 요건 간 균형, △금액 한도, 시중은행 예치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차등보상, △통화정책 전달력 등 정책 방안, △국경 간 결제 지원, △유로지역 외부 이용, △매장 시스템과의 통합 등의 내용이 설문에 포함됐다.
ECB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가 기존 실물 화폐를 보완하고, 유로 지역의 통화 주권을 보호하는 방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CB는 "팬데믹이나 자연 재해처럼 기존 결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하는 대형 사건의 충격을 흡수하는 데 CBDC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아울러 유로 지역의 금융 안정성과 통화 주권을 약화시키는 해외 디지털 결제 수단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해 ECB의 디지털 유로 발행 움직임에 더욱 속도가 붙고 있다. ECB는 지난달 초 관련 보고서를 발간하고, 지난 22일 '디지털 유로'라는 명칭에 대한 상표권을 신청했다. ECB는 공개 협의나 연구·실험, 공공·민간 관계자 논의의 결과와 상관없이 내년 중반까지 디지털 유로 발행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