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은 지난달 19일부터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가상계좌 발급을 시작했지만 단 3일만에 돌연 중단했다고 알려졌다. 지난달 국민은행 역시 빗썸에 발급해줬던 가상계좌를 모두 회수한 바 있다. 지난 6월,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이 해킹으로 3만 여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피해가 발생한 사건이 계기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가상화폐 거래소들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금융 사고 등에 부담을 느낀 시중 은행들이 거래소와의 계약을 해지하면서 현재 신규 가상 계좌 발급을 중단한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은 우리은행을 사용하는 신규 회원의 가상계좌 발급을 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 은행들의 가상계좌 발급 중단에는 가상계좌를 통해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방식과 관계가 깊다. 우선 비트코인 등의 가상화폐를 거래하려는 사람은 빗썸, 코빗, 코인원 등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입한 뒤 은행의 가상계좌를 발급받는다. 투자자들이 가상계좌에 입금하면 자금은 거래소의 모계좌, 코인지갑으로 이동하게 된다.
가상계좌를 개인이 발급받지만 이에 대한 관리는 전부 거래소가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거래소의 모계좌, 코인지갑이 털리면 대규모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 규모는 코스닥 시장을 뛰어 넘을 만큼 커졌지만 관련 법은 사실상 전무해 이용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가상화폐 관련 법제화에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거래소에 대한 은행들의 잇단 결별 통보는 금융당국의 분위기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빗썸 해킹 이후 은행 측에 본인 지정계좌에서만 비트코인 계좌로 입금이 가능하도록 권고했다. 가상화폐 등이 불법 자금으로 이용되면 이를 통해 추적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상화폐를 대상으로 하는 200억대 사기 사건이 발생한 것을 비롯해 가상화폐 관련 보이스피싱, 사기 등의 범죄도 증가하고 있다. 또 범죄조직과 기업들이 불법적 자금 운영과 돈세탁 등의 목적으로 가상화폐가 이용되고 있어 정부가 규제에 나설 것이란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한편, 가상화폐 시장이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며 거래소를 설립해 한몫잡으려는 후발 주자들의 움직임 또한 분주해지고 있다. 거래소 인가제가 시행되고 나면 가상화폐 거래소 설립과 운영에 큰 제약이 따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과열조짐을 보이며 팽창하고 있는 가상화폐 시장에서 이용자들은 자신의 재산과 권리를 지키기 위해 현명한 선택과 더욱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도요한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