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상화폐와 관련된 범죄, 보안사고가 빈번히 발생하자 가상화폐 거래소와 계약을 맺고 가상계좌를 발급해주던 일부 은행이 계약을 해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은 최근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에 발급해줬던 가상계좌를 모두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 계좌를 이용한 거래액은 최소 1,000억원 이상으로, 이번 조치로 인해 국민은행 가상계좌에 예치되어 있던 금액은 모두 빗썸과 계약을 맺고 있는 다른 은행의 가상 계좌로 이체된다. 이는 지난 달, 빗썸 고객 3만 여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할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다른 가상화폐 거래소들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금융 사고 등을 이유로 최근 계약을 맺었던 은행들이 계약을 해지하면서 현재 신규 가상 계좌 발급을 중단한 상태다.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은 우리은행을 사용하는 신규 회원의 가상계좌 발급을 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구입 위해선 먼저 가상 계좌에 돈을 이체 후 가상화폐를 사고 팔아야 한다. 이에 가상화폐 거래소는 시중은행과 계약을 맺고 가상 계좌를 발급받아 고객들에게 건네주게 된다.
가상 계좌는 가상화폐 거래소가 관리하기 때문에 은행이 직접 관리·감독의 책임을 지진 않지만 사고가 터질 경우 은행명이 함께 거론되고 이미지가 손상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비트코인이 각종 범죄 등에 악용되면서 이에 우려를 나타낸 시중은행들이 기존 계약을 해지하거나 신규 계약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비트코인 등의 가상화폐가 테러리스트나 불법 조직의 자금 세탁처로 이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과거 대포통장을 범행 도구로 이용했던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이 최근 가상화폐 거래소의 가상계좌를 범행 도구로 이용한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가상화폐 관련 범죄와 위험은 과거부터 계속 이어져 왔다. 2014년, 당시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였던 일본 마운트 곡스(Mt. Gox)가 돌연 운영을 중단하는 사태로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마운트 곡스는 해킹 피해 및 횡령 등의 이유로 파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이용자들이 큰 피해를 입었으며 미 당국의 가상화폐 규제 움직임을 불러오기도 했다.
가상화폐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이 높아지자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사항을 공지하고 있으며. 보안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자구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금감원 불법금융대응단 관계자는 "거래소 가상계좌도 일반 은행계좌처럼 이체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며 "가상화폐 거래소 가상계좌는 일반적은 금융계좌와 달리 범죄피해 사실 입증을 통한 거래정지가 어려운 점이 있다"며 이용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도요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