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일반 기업의 회계처리 기준에서는 무형자산 또는 재고자산으로 볼 수 없다는 전문가 견해가 나왔다. 이는 국제회계기준 해석위원회의 해석과 상반되는 내용이다.
'공정하고 혁신적인 암호자산 세제 마련을 위한 정책 세미나'가 21일 서울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전문가들은 암호화폐 과세 방안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첫번째 기조발표자로 나선 박세환 한국회계기준원 상임위원은 국제회계기준위원회 산하 국제회계기준(IFRS) 해석위원회가 발표한 암호화폐 회계처리 기준을 중심으로 일반 기업이 암호화폐 관련 회계를 어떻게 처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IFRS는 지난해 6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화폐 또는 금융자산으로 분류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암호화폐가 거래 상대방에게서 현금 등 금융자산을 수취할 계약상의 권리를 뜻하는 '금융자산'의 정의에 부합되지 않고, 화폐로 보기에는 가격변동성이 커 교환의 수단으로 널리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IFRS는 기업의 암호화폐 보유목적이 통상적인 영업과정에서 판매목적을 위한 것이라면 재고자산으로, 그렇지 않다면 무형자산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날 박 상임위원은 IFRS의 해석과는 다른 내용의 해석을 제시했다.
박 상임위원은 "일반기업의 경우 무형자산의 정의인 재화의 생산이나 용역의 제공, 타인에 대한 임대를 목적으로 암호화폐를 보유하지 않기 때문에 무형자산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주로 교환 및 지불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일반적으로 영업과정에서 판매를 목적으로 보유하는 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재고자산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해석했다.
이에 "암호화폐에 대해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회계기준이 없으므로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회계정책을 개발해 회계정보를 작성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렇다면 기업이 마음대로 회계정책을 개발하고, 이를 기준으로 회계처리를 할 수 있을까? 박 상임위원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기업이 회계정책을 개발할 경우 유사하고 관련한 회계규정, 개념체계 등을 고려해야 한다. 현금성자산 등으로 실현될 시점과 보유목적을 고려해 유동자산 또는 비유동자산으로 구분하고, 활성시장의 유무를 기준으로 가치를 평가하게 된다.
활성시장이 있을 경우 취득시점의 공정가치로 측정되며, 이후 공정가치로 평가후 평가손익을 당기손익에 반영한다. 활성시장이 없을 경우에는 자산의 정의와 인식기준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지급한 대가의 공정가치를 최초 측정한 후 취득원가에 대한 손상 검사를 수행하게 된다.
박 상임위원은 "단기적으로는 투자목적의 무형자산은 적용범위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무형자산의 정의가 수정돼야 한다"면서 "장기적으로는 투자목적의 무형자산을 다루는 별도의 IFRS 기준서가 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