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소속 대북 제재 전문가들이 오는 2월 북한 평양에서 열리는 암호화폐 컨퍼런스에 참석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15일 로이터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유엔 안보리에 제출할 연례보고서에 "북한에서 열리는 암호화폐 컨퍼런스에 참석할 경우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기소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북한은 오는 2월 22일부터 29일까지 평양에서 '제2회 평양 블록체인·암호화폐 컨퍼런스'를 개최할 예정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4월 스페인에 기반을 둔 민간단체 '조선친선협회'(KFA) 주최로 제1회 컨퍼런스를 개최한 바 있다.
이처럼 전문가들이 경고한 이유는 북한이 자금 탈취를 목적으로 전 세계 은행과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탈취한 자금은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사용되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해 8월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2015년 12월부터 2019년 5월까지 최소 17개국 금융기관과 암호화폐 거래소를 상대로 사이버 공격을 감행해 최대 20억 달러(약 2조 4,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탈취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암호화폐의 경우 각국 정부의 감시로부터 벗어나 자금세탁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어 북한은 암호화폐를 외화벌이 수단 가운데 하나로 활용해왔다. 북한의 암호화폐 탈취는 최근 암호화폐 거래소와 같은 기업 뿐만 아니라 개인을 대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다국적 사이버 보안업체 카스퍼스키랩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해킹조직 라자루스는 텔레그램 메신저를 이용해 암호화폐를 갈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자루스는 텔레그램에 가짜 암호화폐 업체 계정을 만들어 고객을 유인 후, 악성 소프트웨어를 유포해 암호화폐를 갈취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대북 제재 전문가들은 북한에서 열리는 암호화폐 컨퍼런스 참석이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 회피와 자금세탁을 돕는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해 4월 평양에서 열린 제1회 암호화폐 컨퍼런스에 참석했던 이더리움 재단의 주요 개발자 버질 그리피스(VIRGIL GRIFFITH)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를 위반한 혐의로 미국 당국에 체포되기도 했다. 그리피스는 컨퍼런스에 미 정부의 승인 없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그리피스는 컨퍼런스에 참석해 암호화폐 기술 정보를 북한에 제공, 자금세탁과 제재 회피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IEEPA에 따르면, 미국 시민들은 재무부 허락 없이 북한에 서비스, 기술, 재원 등을 제공할 경우 처벌 대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