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카 해링턴은 밸브의 초창기 역사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그 공로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1996년 게이브 뉴웰과 마이크 해링턴이 밸브를 공동 창업할 당시, 모니카 해링턴은 공식적인 공동 창업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지만 회사의 중요한 마케팅 리더로 활동했다. 당시 그녀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마케팅 업무를 맡고 있었으며, 밸브의 경영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전까지는 주말과 야간을 이용해 회사를 지원했다.
1998년, 해링턴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의 안정적인 직장을 떠나 밸브에 전념하기로 결정했다. 그녀가 마케팅을 주도한 게임 ‘하프라이프’는 1998년 출시되어 엄청난 성공을 거뒀으며, 이후 밸브가 세계적인 게임 회사로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 하프라이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뛰어난 게임 플레이뿐만 아니라, 철저한 마케팅 전략과 커뮤니티 구축이 필요했다. 해링턴은 게임 리뷰 관리, 업계 관계 형성, 유통 전략 수립 등 다양한 방면에서 밸브를 지원하며 회사의 기본적인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했다.
그러나 밸브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녀의 기여는 점점 잊혀갔다. 심지어 ‘하프라이프’ 탄생 25주년 다큐멘터리에서도 그녀의 역할은 언급되지 않았고, 이는 해링턴이 직접 문제를 제기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녀는 밸브의 초창기 멤버로서 실질적인 기여를 했음에도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난 경험을 공유하며, 게임 업계에서 여성의 역할이 종종 과소평가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결국 밸브를 떠난 후 해링턴은 다른 분야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갔다. 그녀는 빌 & 멀린다 게이츠 재단에서 일하며 공익 활동에 집중했으며, 이후 다른 기술 및 스타트업 분야에서도 활약했다. 하지만 그녀는 밸브에서의 경험을 잊지 않았고, 최근 게임 개발자 회의(GDC)에서 밸브의 초창기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다시금 주목을 받았다.
이번 발표는 게임 업계에서 숨겨진 공로자들의 이야기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됐다. 해링턴은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게임 업계가 다양한 목소리를 인정하고 포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켰다. 그녀의 이야기는 게임 업계에서 여성의 역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중요한 사례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