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린테크 투자 위축 속 기회 포착… 얼라인드, 8,500만 달러 펀드 조성

크린테크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일부 투자자들은 오히려 이를 유리한 기회로 삼고 있다. 크린테크 초기 투자사인 '얼라인드 클라이밋 캐피털'의 피터 데이비슨 CEO는 "많은 투자자들이 정부 정책 불확실성에 따라 투자를 주저하는 상황에서, 시장에 자금이 있는 우리는 더 나은 조건으로 투자 기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얼라인드 클라이밋 캐피털은 두 번째 플래그십 펀드로 8,500만 달러(약 1,224억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3년 전 첫 펀드보다 두 배 이상 커진 규모다. 현재 크린테크 분야의 투자는 다소 침체기에 접어든 상태다.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올해 지속 가능성 관련 스타트업들이 유치한 글로벌 투자액은 29억 달러(약 4조 1,760억 원)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특히 미국 내 지속 가능성 스타트업들의 투자 유치액은 현재까지 15억 달러(약 2조 1,600억 원)에 불과해 더욱 가파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투자 위축은 최근 몇 년간 크린테크 기업들의 대형 IPO와 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상장이 줄어든 영향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때 급성장했던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 기업 차지포인트(ChargePoint)와 에너지 스토리지 기업 에너지 볼트(Energy Vault) 등의 주가는 한때의 고점 대비 극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여기에 더해, 스웨덴 배터리 제조업체 노스볼트(Northvolt)의 미국 챕터 11 파산보호 신청은 크린테크 투자 심리를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해당 기업은 과거 60억 달러 이상의 지분 투자와 70억 달러 이상의 부채 조달을 진행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린테크 기술에 대한 장기적 수요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기후 변화, 에너지 수요 증가, 탄소 배출 저감 기술 발전 등의 요인들이 크린테크 산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분야로는 탄소 포집과 저장(carbon capture and sequestration), 친환경 콘크리트 및 차세대 핵융합 기술(fusion technology) 등이 있다.

얼라인드 클라이밋 캐피털의 투자 전략은 대형 에너지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건물 소유주와 운영자를 위한 온사이트 탄소 포집 솔루션을 개발하는 '카본퀘스트(CarbonQuest)'와 캘리포니아 등지의 오지 지역에 마이크로그리드 전력을 공급하는 '박스파워(BoxPower)'가 그 대상이다.

데이비슨 CEO는 "전기차 보급 확산과 데이터 센터 수요 증가로 인해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이러한 트렌드가 지속 가능 에너지 산업의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크린테크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그는 "아직 직접적인 영향이 가시화되진 않았으나,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연구 지원 예산 삭감과 정책 변화가 지속된다면 크린테크 산업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