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INTC)이 AI 호황기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지난 12개월 동안 인텔의 주가는 43% 하락하며 반도체 및 인공지능(AI) 산업 내 경쟁사 대비 저조한 성과를 기록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부진한 실적, 전략적 난관, 대규모 파운드리 손실, 높은 부채 수준 등이 인텔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한때 IT 산업을 선도했던 인텔이 현재 글로벌 경쟁사들에게 밀려 시장에서 입지를 잃어가고 있다.
특히, 인텔은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서 경쟁업체인 AMD와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으며, AI 붐이 GPU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더욱 빼앗기고 있다. 최근 5년간 매출 성장은 있었지만, 시장 내 다른 반도체 기업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 인텔의 주요 구조적 문제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은 미국 정부의 반도체 독립 전략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2024년 4분기 매출 45억 달러(약 6조 5,250억 원)를 기록하며 23억 달러(약 3조 3,350억 원)의 막대한 적자를 냈다. AWS와의 칩 제조 계약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관심을 충분히 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점도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중국 시장에서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현재 인텔의 수익 중 29%가 중국에서 발생하는데,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되며 중국 정부가 인텔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 추가 리스크로 지목된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 지출 증가와 구조 조정 비용 상승이 맞물리면서 인텔은 더욱 어려운 환경에 직면해 있다.
TSMC가 AI 반도체에서 핵심 기술인 칩온웨이퍼온서브스트레이트(CoWoS) 공정을 주도하는 반면, 인텔은 기술 개발 속도에서 크게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4년 동안 5개의 공정 노드 개발’ 계획을 추진 중이지만, TSMC의 앞선 기술과 실행력을 따라잡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 미 정부 정책 변화가 반전의 기회될까?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행정명령 14179호를 통해 AI 칩의 미국 내 생산 강화를 지시하며 반도체 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아울러, 미국 및 유럽에서 ‘리쇼어링(생산기지 국내 이전)’ 기조가 강화되면서 인텔이 미국 및 영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 정책에서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편, TSMC의 미국 애리조나 공장 건설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인텔과 TSMC 간 협력이 이루어질 경우 기술 이전 및 최신 공정 도입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만약 이런 협력이 성사될 경우, 인텔은 AI 반도체 시장에서 보다 경쟁력 있는 입지를 다질 가능성이 있다.
### 인텔의 미래 전망
현재 인텔의 주가 수익비율(P/E)은 적자로 인해 의미 있는 수치를 나타내지 않지만, 2028년에는 약 8.7배 수준까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2026년 이후 인텔의 실적 개선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연간 EPS(주당순이익) 성장률이 세 자릿수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인텔의 507억 달러(약 73조 5,150억 원) 규모 부채는 여전히 부담 요인이다. 현금 보유량이 221억 달러(약 32조 원)로 방어력을 갖추고 있지만, 미래 투자 및 제조 능력 확장을 위해선 재무 건전성을 더욱 확보해야 한다.
### 인텔, 지금이 투자 적기인가?
애널리스트들은 현재 인텔 주식에 대해 ‘보유(Hold)’ 의견을 다수 제시하고 있다. 최근 3개월간 분석된 자료에 따르면, 인텔에 대한 평균 목표 주가는 22.67달러로, 이는 현재 대비 약 17.3% 하락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결국 인텔의 미래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과 자사의 기술 개발 역량, 그리고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의 대응 전략에 달려 있다. 현시점에서 인텔은 ‘고위험 고수익’ 성격의 투자 대상으로, 단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는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종목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