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러 주에서 암호화폐 관련 법안을 추진하며 규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2월 한 달 동안 9개 주가 암호화폐 관련 법안을 제출했으며, 이 중 4개 주에서는 이번 주에만 신규 법안이 발의됐다.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규제 움직임은 2024년 연방 및 지방 선거 직후 더욱 가속화됐다. 특히, 암호화폐 업계는 약 250억 달러(약 36조 2,500억 원)를 선거 운동에 투입하며 친(親) 암호화폐 후보를 지지한 바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연방 및 주 정부 차원에서 법과 제도를 정비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암호화폐 상장지수펀드(ETP) 투자 추진**
노스캐롤라이나 주 하원의장 데스틴 홀(Destin Hall)은 2월 10일 ‘NC 디지털 자산 투자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주 재무부가 직접 암호화폐를 보유하는 대신 ETP를 통해 간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투자 대상이 되는 ETP는 최소 12개월 동안 7,500억 달러(약 1,087조 5,000억 원) 이상의 시가총액을 유지해야 한다. 또한,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의 10%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
홀 하원의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법안은 노스캐롤라이나가 기술 혁신을 선도하는 주가 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미국 내 암호화폐 산업 성장 방향과도 일맥상통한다”고 강조했다.
**미시간, 자체 암호화폐 준비금 법안 발의**
미시간주에서는 2월 13일 브라이언 포스트휴머스(Bryan Posthumus)와 론 로빈슨(Ron Robinson) 하원의원이 암호화폐 준비금 도입을 위한 법안을 제출했다. 이 법안은 주 재무부가 경제 개발 및 투자 기금의 10% 이내에서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나아가 일정 조건 아래 대출까지 가능하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포스트휴머스 의원은 X(구 트위터)에서 “암호화폐 준비금은 미시간이 텍사스와 같은 암호화폐 친화적인 주들과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법안 지지를 촉구했다. 그는 추가로 금과 은으로 담보된 새로운 스테이블코인 ‘MichCoin’ 도입 가능성도 언급했다. 현재 두 법안 모두 위원회에서 검토 중이다.
**뉴욕, 암호화폐 태스크포스 구성 추진**
뉴욕주 상원의원들은 암호화폐 산업 연구를 위한 태스크포스 신설 법안을 제출했다. 해당 태스크포스는 17명의 전문가로 구성되며, 암호화폐 에너지 소비, 환경 영향, 뉴욕의 규제가 타 주와 비교해 어떤 위치에 있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보고서는 2027년 12월 15일까지 주지사와 의회에 제출되어야 한다.
뉴욕은 전 세계 금융 중심지로 평가받지만, 과도한 규제로 인해 암호화폐 기업의 진입 장벽이 높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뉴욕주의 ‘비트라이선스(BitLicense)’ 제도는 업계에서 대표적인 규제 장벽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대해 뉴욕시 에릭 아담스(Eric Adams) 시장은 “암호화폐 기업이 떠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법안 개정을 촉구했다.
**텍사스, 비트코인 준비금 확대 논의**
텍사스는 올 1월 비트코인(BTC)만을 포함하는 국가 전략 준비금 법안을 제출했으나, 2월 12일 개정안을 통해 대상 암호화폐를 확대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다만, 포함될 암호화폐는 12개월 동안 시가총액 5,000억 달러(약 725조 원)를 유지한 자산이어야 하며, 현재 기준으로 비트코인만 해당 요건을 충족한다.
암호화폐 친화적인 정책을 지지하는 피에르 로차드(Pierre Rochard) 라이엇 플랫폼스(Riot Platforms) 연구 부사장은 “새로운 법안은 비트코인 매입 상한선을 폐지하여 텍사스가 원하는 만큼 BTC를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추진한 텍사스 상원의원 찰스 슈베르트너(Charles Schwertner)는 “이번 법안은 텍사스 상원에서 최우선 40대 법안 중 하나”라며 통과 가능성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을 밝혔다.
**각 주정부의 경쟁 가속화**
이번 주에만 4개 주에서 암호화폐 관련 법안이 발의됐으며, 2월 들어 플로리다, 유타, 오하이오, 미주리, 켄터키에서도 유사한 입법이 추진됐다. 그러나 법안이 제출됐다고 해서 자동으로 법률로 제정되는 것은 아니다. 위원회 심사, 수정 및 협상이 거듭되는 과정 속에서 일부 주에서는 암호화폐 준비금 법안이 부결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노스다코타와 와이오밍은 관련 법안을 기각한 바 있다.
또한, 연방 차원의 스테이블코인 및 암호화폐 규제가 공식화될 경우, 각 주정부는 이를 기준으로 자체적인 규정을 정비할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암호화폐 산업 관련한 입법 경쟁이 더욱 촉진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