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스타트업 아스트랄 시스템즈(Astral Systems)가 소형 핵반응로 기술을 활용해 암 진단에 필요한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을 혁신하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 원자로 시설이 노후화되며 필수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공급이 줄어드는 가운데, 아스트랄 시스템즈는 새로운 융합 기술을 적용해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생산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아스트랄 시스템즈는 탈몬 파이어스톤(Talmon Firestone)과 톰 월리스-스미스(Dr. Tom Wallace-Smith)가 공동 창립한 기업으로, 다중상태 융합(MSF, Multistate Fusion) 기술을 기반으로 한 컴팩트한 원자로를 개발 중이다. 이 원자로는 크기가 매우 작아 책상 위에 올려놓을 수 있을 정도이며, 이를 활용해 방사성 동위원소를 기존보다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까지 아스트랄 시스템즈는 오스트리아 벤처캐피털 스피드인베스트(Speedinvest)와 영국 투자사 플레이페어(Playfair)가 주도하는 450만 파운드(약 83억 원) 규모의 투자 라운드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 자금을 활용해 MSF 기술을 상용화하고 기존 원자로보다 높은 효율성과 낮은 비용으로 의료 분야에서의 활용을 도모할 계획이다.
이 회사가 활용하는 핵심 기술은 격자 제한 융합(LCF, Lattice Confinement Fusion) 방식으로, 나사가 최초로 개념을 정립한 기술이다. LCF는 일반적인 방식보다 4억 배 높은 연료 밀도를 구현할 수 있어 소형 원자로에서 강력한 출력을 낼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존 중앙집중식 원자로 시스템에서 벗어나 병원이나 제약 제조시설에서 직접 방사성 동위원소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톰 월리스-스미스 CTO는 "현재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 시스템은 대형 원자로에 의존하면서 공급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며 "우리는 소형 원자로를 산업 단지나 병원 지하에 배치해 필요한 곳에서 직접 방사성 의약품을 생산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기존의 중앙집중식 대형 원자로 시설 의존도를 줄이고 보다 효율적인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스트랄 시스템즈의 기술은 의료 산업뿐 아니라 차세대 원자력 발전소, 우주 탐사, 보안 및 산업 응용 분야에도 적용 가능성이 높다. 특히 현재까지 상업용 융합 시설 세 곳을 운영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모이고 있다.
이번 투자 라운드에는 ITM 아이소토프 테크놀로지 창립자인 올리버 벅(Oliver Buck)과 ARM 제품 그룹 전 사장인 피트 허튼(Pete Hutton)도 엔젤 투자자로 참여했다. 스피드인베스트의 파트너 릭 하오(Rick Hao)는 "아스트랄 시스템즈는 영국 딥테크의 최전선에 서 있는 기업으로, 의료, 산업 및 에너지 분야의 중요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아스트랄 시스템즈가 개발하는 소형 원자로가 기존 원자로의 한계를 뛰어넘어 의료 분야의 필수적인 방사성 동위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