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밴쿠버가 '비트코인 친화 도시'가 되기 위한 정책 제안을 채택하며 시 정부 재정에 비트코인을 편입할 가능성을 열었다.
캐나다 밴쿠버 시의회는 11일(현지시간) "밴쿠버를 비트코인 친화 도시로 만들기 위한 방안을 강구한다"는 내용의 정책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정책은 즉각적인 암호화폐 투자를 요구하진 않지만 시 재정 준비금 일부를 비트코인으로 전환하여 물가상승 및 통화 변동성에 대비하는 방안을 탐색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시회의가 비트코인을 통한 세금 및 수수료 징수 방안도 평가하도록 했다.
이는 지난달 켄 심(Ken Sim) 밴쿠버 시장이 제안한 정책안으로, 이날 시의회 상임위원회의 승인을 받았다. 시장은 과거 "비트코인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이라면서 "미래 가치에 비해 낮게 평가되고 있다"는 생각을 밝힌 바 있다.
시장은 정책안 표결에 앞서 "비트코인은 지난 16년 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실적을 낸 자산"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비트코인을 다각화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면서 정부가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투표 결과와 상관 없이 밴쿠버에 개인적으로 1만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 기부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해당 안건에 대해 심 시장이 소속된 ABC 밴쿠버 정당은 지지 입장을, 밴쿠버 녹색당은 반대 목소리를 냈다. ABC 밴쿠버 정당 측은 찬성 투표를 하면서도 "민간과 공공 암호화폐 투자 차이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녹색당은 경찰청이 제기한 자금 세탁 우려를 이유로 해당 안건에 반대했다. 환경적 영향, 전력소비 문제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밴쿠버가 위치한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지방정부 부서도 "암호화폐는 지방 정부의 합법적인 결제 수단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지방 정부가 암호화폐로 재정 준비금을 보유할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냈다.
한편, 친암호화폐 성향의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을 준비자산에 편입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기면서, 러시아, 브라질 등에서 준비금 수립 제안이 나오고 있으며, 중국 정부의 준비금 조성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 등 주 정부 단위에서도 비트코인 채택안이 검토되고 있다.
켄 심 시장은 "이전부터 추진하고 싶었던 사안이었지만, 대중이 해당 안건을 논의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갑자기 미국 상황이 달라지면서 다른 국가, 주 및 지역 정부가 비트코인 채택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밴쿠버 시가 이 부분에서 앞서 가길 원한다"고 밝혔다.
캐나다 시 운영과 투자 전략에 대한 암호화폐 통합 가능성에 대한 보고서은 내년 1분기까지 제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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