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어 스타머(Keir Starmer) 영국 총리 정부가 국제법 위반 가능성을 이유로 이스라엘에 대한 일부 무기 수출을 중단한다고 3일 밝혔다. 이는 가자 전쟁 종식을 위해 이스라엘 동맹국들의 압박을 높이려는 조치로 보인다.
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데이비드 래미(David Lammy) 영국 외무장관은 일부 품목이 "국제인도법의 심각한 위반을 저지르거나 용이하게 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명백한 위험"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래미 장관은 의원들에게 이번 결정이 "현재 가자 분쟁에 사용되는 것으로 판단되는" 350개의 기존 수출 허가 중 약 30개와 관련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군용기, 헬리콥터, 드론 부품과 지상 표적 장비들이 포함된다.
그는 이번 결정이 이스라엘의 국제법 위반 여부에 대한 "죄의 유무 판단"이 아니며 무기 금수 조치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요아브 갈란트(Yoav Gallant)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X에 "영국 정부가 이스라엘 방위산업에 대한 수출 허가에 제재를 가한 것에 대해 깊은 실망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영국은 가자 전쟁으로 인한 피해 때문에 무기 수출 중단 압력을 받고 있는 이스라엘의 오랜 동맹국 중 하나다. 하마스가 통제하는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11개월 가까이 이어진 전쟁으로 4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 이 수치는 민간인과 전투원을 구분하지 않은 것이다.
전쟁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이스라엘을 습격해 대부분 민간인인 약 1,200명을 살해하고 약 250명을 인질로 잡아가면서 시작됐다. 현재 약 100명의 인질이 가자에 남아있으며, 이 중 3분의 1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기업들의 이스라엘 무기 및 부품 판매량은 미국이나 독일 같은 주요 공급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올해 초 영국 정부는 2022년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수출액이 4,200만 파운드(약 709억 원)라고 밝혔다.
그러나 영국은 이스라엘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번 결정은 상징적 의미가 있다. 이스라엘 채널13 TV의 군사 담당 기자는 다른 동맹국들이 이를 따를 경우 이 조치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무기거래반대캠페인(Campaign Against Arms Trade) 단체의 샘 펄로-프리먼(Sam Perlo-Freeman) 연구 코디네이터는 이번 발표가 "늦었지만 환영할 만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F-35 전투기 부품이 수출 중단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터무니없고 정당화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정부 조치는 팔레스타인 인권단체 알-하크(Al-Haq)와 영국 기반 글로벌 법률행동 네트워크(Global Legal Action Network)가 영국 정부의 이스라엘 무기 수출 허가 중단을 요구하는 법적 소송을 제기한 후 나왔다. 이 소송은 아직 법정 심리가 진행되지 않았다.
글로벌 법률행동 네트워크의 디어블라 미노그(Dearbhla Minogue) 선임 변호사는 정부의 "중대한 결정이 수개월간 팔레스타인인들이 말해온 모든 것을 입증한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선출된 스타머의 중도 좌파 노동당 정부는 폭력 중단을 위해 이스라엘에 더 많은 압력을 가하라는 일부 당원과 의원들의 요구에 직면해 있다. 지난 선거에서 노동당은 스타머가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의 보복에 대해 처음에 휴전을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친팔레스타인 무소속 후보들에게 예상됐던 몇몇 의석을 잃었다.
스타머 정부는 전임 보수당 정부와 달리 7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 요청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스타머는 또한 리시 수낙(Rishi Sunak) 전 보수당 총리 정부가 1월에 중단했던 유엔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에 대한 자금 지원을 재개했다.
지난 2개월간 서방의 휴전 노력의 일환으로 이스라엘을 두 차례 방문한 래미 장관은 자신이 시오니스트이자 "이스라엘의 친구"라고 밝히면서도 가자에서의 폭력을 "끔찍하다"고 표현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가자 행동이 계속해서 막대한 민간인 사망자와 민간 기반시설의 광범위한 파괴, 엄청난 고통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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