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아(GXA) 해킹사태의 파장이 코인 초과 유통 논란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투자자의 이목은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의 결정에 쏠리고 있다. 초과 유통에 유독 민감한 업계 분위기 상 투자자의 속은 점점 타들어간다. 이에 반해 갤럭시아 재단(GALAXIA SG PTE. LTD, 이하 재단)과 운영대행사인 갤럭시아메타버스(이하 메타버스)의 대응은 기대 이하다.
해킹 발생 직후 재단은 "69억3900만개의 GXA를 커스터디 업체인 비트고에 맡기겠다"는 보안대책을 밝혔는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논란이 터졌다. 재단이 기존에 발표했던 유통량과 격차가 있었기 때문. 재단은 이달 1일 투자자에게 "지난 10월말 기준으로 25억6795만개의 코인이 유통되고 있다"고 공지했으나 실제론 5억개(20%)가 초과 유통되고 있었다.
유통량에 대한 정의가 달라서 일어난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엔 30억6100만개와 25억6795만개는 차이가 크다. 논란이 일자 빗썸과 고팍스는 GXA를 유의종목으로 지정하고 재단에 해명을 요구했다.
재단은 부랴부랴 "5억개 중 일부는 2022년 결산 시 운영대행비 등으로 메타버스에 초과 지급된 것"이라며 "코인 이동으로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할 수 있어 23년 운영대행비로 차감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갤럭시아머니트리의 분기보고서에는 "갤럭시아메타버스(주)가 보유중인 디지털자산 갤럭시아(GXA)는 연결대상 종속회사인 GALAXIA SG와의 용역제공대가 등으로 보유하고있는 수량"이라고 명시돼 있을 뿐이다. 어디에도 '미래 용역에 대한 제공대가'라는 부가 설명은 없다.
또한 "(초과된 것으로 오해받는) 1억2000만개는 메타버스가 (재단과) 사전 협의 후 스왑을 위해 파트너사에 제공한 것"이며 "이 물량은 파트너사가 시중 유통 시 사전 협의하게 되어 있어 현재까지 유통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서 "파트너사가 유통하면 익월 초 재단 발표 유통량에 포함된다"는 쉽게 납득하기 힘든 해명을 했다.
가상자산 업계에선 유통량에 기반해 시가총액을 산출하는 등 매우 중요한 수치로 활용된다. 때문에 코인 발행사는 계획적으로 유통량을 관리하고, 이를 투자자에게 공지하며, 신뢰를 쌓는다. 계획 유통량과 실유통량에 차이가 있었다는 이유로 닥사로부터 위믹스가 '상장폐지'라는 철퇴를 맞았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업계 상황을 생각하면 "상대가 유통하면 유통량에 포함한다"는 설명은 '어불성설'이다. 상폐사유가 될 만한 예민한 사항을 '파트너와의 신뢰'에만 맡기는 건 너무 무책임한 자세이며, 경우에 따라 프로젝트의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1억2000만개라는 수량 역시 실제로 재단에서 파트너에 제공한 코인 개수와 차이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메타버스가 파트너에 제공한 GXA는 대략 3억개다.
재단에서 1억2000만개라고 카운트 한 건 아마도 가장 최근인 지난 8월 교환했던 그램퍼스(GRAM)에 제공된 수량만을 센 것 같다. 메타버스는 그램퍼스와 10억원 상당의 코인을 교환했을 뿐만 아니라 ▲젬허브(GHUB) ▲엘리시아(EL)와도 각각 교환 시점 기준 ▲10억원 ▲2억원 상당의 코인을 스왑했다. 각 코인의 교환 시점 시세로 볼 때 재단에서 파트너에 제공한 갤럭시아는 3억개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 모회사 갤럭시아머니트리와 닮은꼴 행보…최고점에서 4700만개 현금화
재단과 메타버스에선 마케팅, 협업에 대해 지속적으로 공지해 왔지만 코인을 매매한 데 대해선 함구했다. 물론 감사보고서에 명시했음을 고려하면 '속인 것'으로 볼 순 없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속은 기분'이 들 수도 있다.
메타버스는 빗썸을 통해 4743만개의 GXA를 매각하면서 11억9100만원을 현금화했다. 매각가는 개당 평균 25원대로 GXA의 최고점에 근접한다. 5000만개에 육박하는 수량은 A 해외거래소에 예치된 수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개수를 평균 25원에 매각한 건 회사 입장에선 '신의 한 수'로 볼 수도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메타버스는 총 1억개의 물량을 주요 경영진에게 위탁보관했고, 매각 이후에도 여전히 5257만개가 주요 경영진의 개인계좌에 입금돼 있다. 메타버스는 매매대금 중 3억2700만원으로 국세를 납부했고, 잔여금액은 23년 7월12일에 전액 갤럭시아메타버스의 계좌로 이전했다.
관계자에 문의한 결과 "코인 거래 시점을 답할 의무가 없다"며 "공시자료를 참고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클레이튼 스코프를 확인한 결과, 1월23일 오후 3시50분에 해킹된 지갑(메타버스 지갑)에서 1억 GXA를 입금받아 빗썸 지갑으로 옮긴 거래가 확인되는데, 이 지갑이 메타버스 경영진 소유로 추정된다.
빗썸이 고점을 찍은 게 1월24일인데, 그 하루 전 메타버스 소유 지갑에서 경영진 지갑으로 이동했고, 바로 빗썸에 입금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위탁보관이라기 보단 거래를 위한 명의 대여가 더 적당한 표현인 것 같다.
메타버스의 행보는 흡사 21년 연말에 있었던 모회사 갤럭시아머니트리의 자사주 매각과정과 매우 닮았다. 당시 갤럭시아머니트리 주가가 2배 이상 뛰자 머니트리는 자사주 133만8806주를 당시 종가 대비 10% 할인된 1만5700원에 전량 매각해 211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당시 갤럭시아머니트리에선 "유입자금 중 일부를 갤럭시아메타버스에 투입할 예정"이라며, 신사업에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지만 결국 주가는 곤두박질 쳤다. 최대 2만원에 육박했던 주가는 2년이 지난 27일 현재 7050원에 머물러 있다.
지난 1월 고점을 찍었던 갤럭시아 코인(GXA) 역시 공교롭게도 메타버스의 코인매각과 함께 내리막을 탔고, 최근 불거진 해킹 사태와 초과 유통 논란에 제대로 힘을 내지 못 하고 있다.
한편, 유통량 논란이 일어나는 상황임에도 재단이 해킹지갑이 메타버스 것이라고 선을 그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미 해당 내용을 적시했던 갤럭시아머니트리의 감사보고서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닥사보다는 금융당국의 칼날이 더 겁났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