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탈중앙화 금융(DeFi, 디파이) 프로토콜을 무더기 기소했다.
CFTC는 7일(현지시간) 공식 성명을 통해 ▲이더리움 기반 디파이 옵션 프로토콜 오핀(Opyn) ▲탈중앙화 거래소 인프라 제공업체 제로엑스(ZRX) ▲탈중앙화 파생상품 거래소 데리덱스(Deridex) 3곳을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당국은 3개 프로토콜이 개인 투자자 대상 디지털 자산 레버리지 및 마진 거래를 불법적으로 제공했다고 밝혔다.
데리덱스와 오핀는 스왑실행기구(SEF)나 지정계약시장(DCM), 선물거래중개회사(FCM)로 등록하지 않고, 은행비밀법에 따른 고객 식별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았다는 혐의도 적용됐다.
CFTC는 오핀, 제로엑스, 데리엑스 각각에 25만 달러, 20만 달러, 10만 달러의 민사상 벌금을 부과했으며, 상품거래법 및 CFTC 규정 위반 행위를 멈출 것을 명령했다.
당국은 해당 프로토콜의 실질적인 협조를 인정, 벌금을 경감했다고 밝혔다.
CFTC는 "디파이 운영자는 불법 거래가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실행될 경우, 합법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디파이 공간은 새롭고 복잡하고 발전할 수 있지만, 집행부 역시 계속해서 함께 진화할 것"이라면서 "당국은 미국인에게 디지털 자산 파생상품 거래를 지원하는 미등록 플랫폼 운영자들을 공격적으로 추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국 암호화폐 로비 그룹 블록체인협회 최고정책책임자인 제이크 체르빈스키 변호사는 "암호화폐 규제에 있어서 CFTC가 증권거래위원회(SEC)보다 나을 것이란 기대를 접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법원이 탈중앙화 암호화폐 거래 프로토콜 '유니스왑'의 손을 들어주며 디파이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면서 "CFTC가 법원 판결에 반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서머 머싱어(Summer Mersinger) CFTC 위원은 이에 대한 공식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머싱어 위원은 "CFTC가 새로운 분야를 경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집행 일변도' 식의 태도는 그간의 기조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또한 "디파이가 가진 장점이 있는데, CFTC 기소로 인해 시장 참여자 시각이 부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CFTC 위원은 "CFTC가 과거 2022~2026년 전략계획에서 디파이를 명시하고 '이해관계자의 참여는 늘리고 원칙에 기반한 규제만 적용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현재는 이같은 약속은 외면한 채 기술 혁신을 저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3개 프로토콜 기소 사유인 '파생상품 취급 기관으로의 등록'은 중앙화 플랫폼을 전제로한 규제이며 불가능한 요구라고도 밝혔다.
머싱어 위원은 "기소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디파이 플랫폼과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