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국민들이 법정화폐 '리라화'의 극심한 변동성에 신뢰를 잃으면서 스테이블코인 '테더'로 눈을 돌리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은 최근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의 지속적인 하락에 튀르키예 국민들이 스테이블코인을 '피난처 자산'으로 채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암호화폐 규제 강화에 주요 암호화폐의 가격이 하락하고 있지만 튀르키예 리라화 상황은 더욱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대선에서 레젭 타입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선하면서 중앙은행의 시장 개입을 철회했고, 이는 미국 달러 대비 리라화 환율의 기록적인 하락을 촉발했다.
지난 한 주 동안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는 11% 떨어지며 1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중앙은행은 다시 개입을 재개했지만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는 2018년 대선 이후 이미 80% 폭락했고 올 들어서만 20%의 하락을 경험했다.
미국 달러, 유로 등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채택해 경제 혼란을 극복했던 튀르키예 국민들은 암호화폐를 적극 수용하고 있다.
한 튀르키예 거래자는 "암호화폐가 다소 위험하고 변동성이 큰 금융 자산이지만 국가의 무분별한 금리 정책, 물가 상승, 정치적 결정과 통계에 대한 신뢰 하락 때문에 안전한 피난처 자산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달러에 가치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테더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투자자는 규제로 인해 달러나 금을 매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스테이블코인은 이렇게 물가가 높을 때 가치를 지킬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분석업체 카이코 데이터에 따르면 전세계 암호화폐 거래량 중 리라화 비중은 5월 18%로 정점을 찍었다. 이달 초에도 1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튀르키예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 BTC터크의 거래량 중 테더 비중은 20%에 달했다. 바이낸스의 경우 해당 비율이 1%에 불과하다.
카이코 애널리스트 데시슬라바 오베르트는 "역사적으로 낮은 거래량에도 불구하고 튀르키예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면서 "지난달 현지 시장에서 테더의 거래량 점유율은 202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도 리라화가 하락할 때마다 튀르키예 시장의 암호화폐 수요는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초 월스트리트저널는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인널리시스 데이터를 인용, 2021년 4분기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3개 거래소의 리라화 기반 암호화폐 거래량이 일평균 18억 달러(한화 약 2조3140억원)까지 급증했고, 현지 암호화폐 거래소의 신규 거래자 수도 빠르게 증가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데이터 제공업체 크립토컴페어에 따르면 리라화는 당시 테더와 가장 많이 거래되는 법정화폐로 달러와 유로를 앞지르기도 했다.
튀르키예뿐 아니라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불신이 높은 나이지리아 등에서도 암호화폐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테더는 시가총액 833억8069만 달러(한화 약 107조원) 상당으로,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약 65%를 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