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을 현금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거액의 자금이 더이상 시중은행의 '검증 부족'으로 해외로 빠져나가는 일이 없도록 금융감독원이 시중은행들과 내부통제 체제 개편한다고 7일 밝혔다.
금감원이 지난해 6월부터 은행권을 일제 검사한 결과 총 72억 2000만달러(한화 9조 3939억 4000만 원)에 달하는 자산이 무역거래로 위장해 외화로 송금됐지만 이 과정에서 은행이 증빙서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거나 비정상거래를 제때 발견하지 못하는 등 내부통제에 취약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앞으로 각 시중은행들은 총 3단계에 이르는 이른 바 '3선 방어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해 이상 외화송금을 막기로 했다.
먼저 고객이 수입대금을 사전 송금하려 할 때 1선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증빙서류 등 항목을 표준화한다.
크게 거래 사유, 금액, 지급 절차 준수 등 세 가지로 나누고 세부적으로 총 6가지 항목을 확인하는 절차를 둔다.
지금도 수입대금 명목으로 돈을 보내려는 고객은 관련 서류를 은행에 제출하고 은행은 이 내용을 확인해야 하지만, 정작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세부 항목이 정해져 있지 않아 은행·담당자별로 대처가 달랐다.
2선인 '본점 외환부서'의 이상 외화송금 상시 모니터링도 강화한다. 특히 대부분의 이상 외화송금이 주로 중소기업이나 신설 업체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해, 중소기업·소호(SOHO, 소자본 기업) 사전 수입대금 지급 건 가운데 거액이 오가는 경우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전망이다.
또 앞으론 3선인 본점 내부통제 부서가 담당하는 역할을 부서별로 명확히 구분한다. 영업점에서 이상 외화송금이 반복적으로 벌어지고 있는데도 정작 내부통제 부서가 사후 점검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가령 자금세탁방지부는 외환 부서의 모니터링 결과, 의심 거래가 발견되었는데도 1선인 영업점에서 의심거래보고(STR)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 그 원인을 집중 점검한다. 준법감시부는 '수입대금 사전 송금 시 필수 확인사항'을 영업점 감사 항목에 반영한다.
한편, 시중은행들은 이달까지 관련 내부 지침을 바꾸고 전산시스템을 구축해 오는 7월부터 '3선 방어 내부통제 체계'를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제도개선으로 사전송금 관련 은행권의 내부통제 기능이 체계적으로 작동함으로써 이상 외화송금을 보다 효과적으로 방지하는 한편, 기업들의 신고의무 위반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