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부채한도 증액 협상에 잠정 합의했다.
내달 5일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 시점을 9일 앞둔 가운데 정부와 의회가 극적 협상 타격을 이루면서 시장 긴장감을 완화시키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케빈 매카시 하원의원은 정부의 31조4000억 달러(한화 약 4경1699조원) 부채한도 상향과 정부 지출 감축에 잠정 합의하면서 수개월 지속된 교착 상태를 종식시켰다.
이들은 이날 저녁 6시부터 90분 동안의 전화 통화를 통해 합의를 이뤄냈다. 지난 16일 본격적인 양자 협상에 들어간지 11일 만이다.
매카시는 트위터를 통해 "조금 전 대통령과의 통화를 마쳤다"면서 "그는 몇 달 동안 시간을 낭비하고 협상을 거부했지만, 우리는 미국인들에게 가치 있는 원칙적 합의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이번 합의는 지출을 줄이고 근로자를 위한 중요한 프로그램을 보호하며 모든 사람을 위한 경제를 성장시키는 중요한 진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합의는 타협을 의미한다. 즉 모든 사람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는 뜻"라면서 "이것이 바로 거버넌스(governace)의 책임성"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합의 내용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국가 안보 관련 비용을 제외하고 향후 2년 간 미국 정부의 지출을 제한하는 합의가 이뤄졌다고 알려졌다.
사안을 잘 아는 관계자는 "1년 동안 비국방 재량 지출을 올해 수준으로 제한하고 2025년에 1% 인상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막판 쟁점이었던 식량 보조 프로그램 등 정부 복지 수혜자의 근로 요건은 공화당 요구대로 강화했다고 알려졌다.
매카시는 "역사적인 지출 감소를 통해 사람들을 빈곤에서 노동력으로 끌어올리고 정부의 과잉 개입을 억제하는 개혁을 이룰 것"이라면서 "새로운 세금도 없고 새로운 정부 프로그램도 없다"고 말했다.
재무부는 부채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내달 5일부터 국가 디폴트 상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미국 의회 예산국도 이달 12일 보고서를 통해 "6월 첫 2주 안에 정부가 더 이상 모든 의무를 지불할 수 없게 될 위험이 크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우려가 커졌지만 부채한도 협상은 오랫동안 교착된 상태였다.
공화당은 부채 증가세를 늦추기 위한 지출 감소를, 바이든 정부는 필요한 예산을 늘리는 대신 부유세, 암호화폐 과세 등을 통한 세수를 확대하는 것을 방안으로 고수해왔다.
시장 전문가들은 디폴트가 발생할 경우 경기 침체, 세계 경제 타격, 실업률 급증 등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고, 시장은 큰 압박을 받아왔다.
첨예했던 정부와 의회가 모두 한 발 물러나면서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6월 초 정부 자금이 바닥나기 전까지 의회를 통과해야 하는 어려운 과정이 남아있다.
합의안은 대통령 서명 전까지 공화당(222대 213)이 우세한 하원과 민주당(51대 49)이 우세한 상원을 통과해야 한다.
매카시는 하원 의장은 국회의사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밤 법안을 완성하기 위해 아직 해야 할 일이 더 있다"면서 28일 법안 작성을 마치고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한 뒤 수요일 관련 표결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의원들에게 표결 전 72시간 동안 법안을 읽을 시간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파국적 채무 불이행, 경기 침체, 퇴직 계좌 황폐화, 수백만 일자리 손실을 막아낸 이번 합의는 미국인들에게 좋은 소식"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내일 협상팀은 입법안을 확정해 미국 상원과 하원으로 넘길 것"이라면서 "양원이 조속히 합의안을 통과시킬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부채한도 협상 타결이 가시화되면서 시장은 한층 살아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증시에서 다우 선물은 0.97%, S&P500 선물은 1.29%, 나스닥 선물은 2.55% 상승했다.
비트코인은 오늘 오전 2만6800 달러선에서 현재 2만7200 달러까지 회복했다. 이더리움도 1845.48 달러로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채한도 증액이 암호화폐 시장에 훈풍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월가 트레이더 출신인 매크로잭(MacroJack)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 부채한도 협상은 쇼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는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경질자산(hard asset)'을 보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 경주에서 비트코인은 가장 빠른 말"이라고 강조했다.
투자사 온램프(Onramp)의 최고운영책임자 제스 마이어스(Jesse Myers)는 코로나 팬데믹 동안 경기부양책에서 비트코인이 승자였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는 "부채한도가 인상되면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이 더 많은 돈을 찍어내면서 역사가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