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25주년을 맞은 유럽중앙은행(ECB)이 향후 수십년 간 자금 사용 방식을 바꿀 수 있는 기술개발 압력에 대응해 디지털 버전 유로화 설계를 준비한다는 입장이다.
24일(현지시간)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디지털 유로화가 마스터카드, 비자, 애플페이, 구글페이 등 비유럽 기업들이 통제하는 결제 서비스 제공업체에 의존하지 않고 사람들이 물건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몇 주 안에 디지털 유로화에 대한 법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ECB는 오는 10월 디지털 유로화 설계에 대한 상세한 제안을 발표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미 연준(FRB)을 비롯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전자결제가 점점 더 현금이 차지해온 자리를 대신하면서 디지털 통화를 조심스럽게 연구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바하마, 자메이카 등 몇몇 소규모 국가들은 이미 디지털 통화를 도입했고, 중국은 시범 운영을 하고 있다.
중앙은행들은 또한 암호화폐의 출현에 대응하고 있는데, 암호화폐는 언젠가 사람들이 국가 통화를 약화시킬 경쟁적인 형태의 디지털 화폐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우려를 부르고 있다.
중앙은행이 지원하는 디지털 통화는 지난 1년 동안 가격이 폭락하고규제 요구가 거세진 암호화폐와는 달리 안전하고 안정적인 지불 수단이 될 것이다. EU는 지난주 암호화폐에 대한 규칙을 최종 승인하며 세계적 선두주자가 됐다.
중앙은행 기반의 디지털 통화 고려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들이 이미 이용할 수 있는 것들을 어떻게 개선할 것이냐는 점이다.
필립 샌드너 프랑크푸르트 금융경영대학원 블록체인 센터장은 "새 디지털 통화는 최소한 애플페이나 마스터카드 등 기존 결제 수단이 갖는 편리성 만큼은 제공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유로화는 휴대전화에 돈을 보관할 수 있어 은행 계좌가 없어도 사용할 수 있다. ECB도 휴대전화의 디지털 지갑을 사용해 오프라인으로 전송할 수 있는 소매용 디지털 유로화를 구상하고 있다.
한편, 초기 디지털 유로화는 현금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유로화를 보유하는 다른 방법을 추가하는 방식이며 실제 도입은 3년 간의 시험 후 EU의 승인을 받은 뒤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