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나 차명 계좌로 마약을 거래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해온 해외 마약 유통 총책 A(48)씨 일당과 투약자 등 72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이들로부터 압수된 마약은 18억원 상당으로 8만여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었으며, 마약 유통·투약 사범 중에는 10대가 5명이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해 2월 필리핀 현지에서 마약을 국내로 유통해 온 조직 총책 A 씨를 포함해 유통·판매책 14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거하고 이 중 8명을 구속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이들로부터 마약을 받아 투약한 58명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입건하고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검거 과정에서 7만9000여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17억 8000만원 상당의 필로폰과 합성 대마도 압수했다.
A씨는 지난해 2월부터 성인용품 수입을 가장해 국내로 마약을 반입한 뒤 SNS를 통해 ‘고액 아르바이트’라고 광고해 국내 유통·판매책을 모집하고, ‘마약 판매’ 광고 글을 게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2019년 필리핀으로 출국해 현지에서 한식당을 운영했다가 코로나19 사태로 폐업하자 마약 유통에 손을 댄 것으로 조사됐다.
A씨 일당은 구매자가 나타나면 특정 장소에 마약을 숨긴 후 찾아가도록 하는 이른바 ‘던지기 방식’을 활용했다. 또 비트코인으로 거래할 경우 현금가보다 5%씩 할인해주거나 차명으로 된 무통장 계좌 거래 방식을 이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돈을 받으면 필리핀 현지로 보내 차명 계좌로 다시 수차례 자금 세탁을 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국내 유통·판매 조직들이 서로 알지 못하도록 점조직 형태로 운영해 수사기관의 추적을 따돌려 온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는 마약을 얻기 위해 범행했으며 10대 1명도 있었다. 이들로부터 마약을 매수해 투약한 이들 중에는 20·30대 사회초년생이 44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미성년자도 4명이었다.
경찰은 A씨를 이날 검찰에 송치하고 마약 유통을 지시한 한국인 윗선 B씨에 대해 수사를 확대 중이다.
현재 필리핀에 도피 중인 B씨를 체포한 이후 A씨 등과 함께 범죄단체조직죄 적용도 검토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지에서 A씨에게 마약을 공급한 상급 조직이 별도로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윗선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