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부가 최초의 암호화폐 규제 프레임워크를 발표했다. 행정명령을 통해 범정부적 규제 접근법 마련을 지시한지 약 6개월 만에 규제 윤곽이 나왔다.
미국 백악관은 1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국가 최초의 암호화폐 규제 프레임워크를 발표했다.
정부는 디지털 자산을 통해 미국이 글로벌 금융 리더십을 강화하고 기술 최전선에 설 수 있지만, 동시에 관련 위험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규제 프레임워크는 각 정부기관에 업계 조사, 혁신 기술 및 기업 지원, 규제 권고안 작성 및 법률 개정, 위험 대책 마련 등을 주문하고 있다.
디지털 달러의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에 관련 연구, 실험, 평가를 지속적으로 수행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사진=암호화폐 규제 프레임워크 팩트시트 / 출처 백악관 사이트
이번 규제 프레임워크는 암호화폐 행정명령에 따른 후속 조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9일 미국 최초의 암호화폐 행정명령인 '책임 있는 디지털 자산 발전을 위한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입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행정명령은 ▲소비자와 투자자 보호 ▲금융안정성 촉진 ▲불법 금융 근절 ▲미국 글로벌 금융 리더십과 경쟁력 ▲금융 포괄성 ▲책임 있는 혁신을 우선적 가치로 제시하며, 정부기관들에 디지털 자산의 위험성을 해결하고 잠재 이점을 활용하기 위한 범정부 접근법 마련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정부기관들은 지난 6개월 간 디지털 자산 시장 파악 및 정책 권장사항 개발에 나섰다.
백악관은 "현재까지 정부, 산업, 학계, 시민 단체 등의 다양한 의견과 전문성을 반영한 9개 보고서가 제출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종합한 신규 규제 프레임워크가 "디지털 자산의 책임 있는 발전을 위한 명확한 규제 틀을 제시하고, 국내외 추가 조치를 위한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이언 디즈 미국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해당 프레임워크를 통해 미국이 국내외 디지털 자산 생태계의 거버넌스 리더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 투자자, 기업 보호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말과 비교해 암호화폐 시장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는 점, 시장 내 소비자 기만 및 위법 행위가 만연하다는 점 등을 거론하면서 “디지털 자산은 소비자, 투자자, 기업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증권거래위원회(SEC),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등 규제 당국이 권한에 따라 디지털 자산 분야의 불법 행위 조사 및 집행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소비자금융보호국(CFPB)과 연방거래위원회(FTC)에는 소비자 불만 사항을 모니터링하고, 불공정 관행이나 기만적 행위를 단속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줄 것을 촉구했다.
금융교육위원회(FLEC)에는 소비자가 디지털 자산의 위험성과 사기 및 위법 행위를 식별·신고할 수 있도록 대중 인식 개선을 주문했다.
◇금융 효율성 및 접근성 개선 시급
정부는 미국 국민 중 약 700만명이 은행 계좌가 없고, 2400만명이 비싼 비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면서, 전통 금융 시스템, 특히 해외 거래의 비효율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디지털 경제는 모든 미국인을 위해 작동해야 한다”면서 “안전하고 안정적이며, 저렴해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준이 내년 실시간 은행 간 청산 시스템 ‘페드나우(FedNow)’를 통해 개선을 시도하고 있지만, 안전하고 저렴한 금융 서비스를 위한 더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정부는 해외 결제 효율화를 위해 국제 결제 활동과 규제 감독 방안을 조정하고, 동시에 여러 즉각결제 시스템을 통합할 다자간 플랫폼도 연구할 계획이다.
정부기관의 즉각결제 시스템 채택을 장려하기 위해, 결제업체의 혁신 기술 개발과 활용을 지원하고, 재난·긴급 상황, 정부-소비자 간 거래 등에 활용할 방침이다.
국립과학재단(NSF)은 포괄적이고 공정하고 접근이 쉬운 디지털 자산 생태계가 되기 위한 기술·경제 연구를 수행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비은행 결제업체에 대한 연방 규제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각 기관이 제출한 권고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금융 안정성 촉진…적절한 규제로 위험 잡아야
정부는 디지털 자산과 주류 금융 시스템이 점점 더 깊이 연결되고 있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전통 시장까지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6000억 달러 가치가 증발한 테라 붕괴와 연쇄 파산 사태를 거론하면서 “스테이블코인은 적절한 규제가 없으면 파괴적인 위험을 촉발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는 10월 디지털 자산이 금융 안정성에 미칠 위험성을 논의하고, 관련 권고사항을 제출할 예정이다.
재무부는 사이버 취약성을 식별·완화하는 역량을 키우기 위해 여러 금융기관뿐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금융안정위원회(FSB) 같은 국제기구, 동맹 국가기관들과도 협력한다.
◇책임있는 혁신...기업 지원 및 환경 평가
정부는 민간 부문의 혁신을 다각도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정책실(OSTP)과 국립과학재단(NSF)은 차세대 암호화 기술, 트랜잭션 프로그래밍 가능성, 사이버보안 및 개인정보보호, 디지털 자산의 환경 영향 완화 방안 등 기초 연구개발 분야를 발굴하고, 기술 상용화 단계까지 지속적인 연구 지원을 이어갈 방침이다.
재무부와 금융 규제당국은 새로운 금융 기술을 개발하는 미국 혁신 기업에 규제 지침, 모범 사례 등을 공유한다.
디지털 자산의 환경 문제와 관련해서는 “전력소모, 온실가스 배출, 소음, 수질오염 등 지역사회에 피해를 줄 수있지만 개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에너지부와 환경보호청은 디지털 자산의 환경적 영향을 확인하고, 적합한 실행 표준을 개발하며, 지역 환경 피해를 막기 위한 지원 방안을 검토하게 된다.
상무부는 정부 기관, 산업, 학계 및 시민단체를 소집해 관련 정보 교환을 위한 상임 포럼 출범을 고려하고 있다.
◇글로벌 리더십 발휘...규제에 미국적 ‘가치’ 반영한다
백악관은 미국 가치에 맞는 디지털 자산 정책을 수립하고, 금융 시장에서 미국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국가의 국제적 위상을 활용해 디지털 자산 규제에 미국적 가치를 반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7개국(G7), 주요 20개국(G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금융안정위원회(FSB), 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같은 국제 기구 및 표준 수립 기구의 디지털 자산 작업에 미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무부와 법무부는 정보 공유 및 역량 강화 등을 통해 국제 집행기관들과의 협력 수준을 높일 계획이다.
국무부, 재무부, 국제개발처(USAID)는 디지털 자산 인프라 및 서비스를 구축하는 신흥국가에 규제 및 기술 지원 방안을 모색한다.
상무부는 미국 금융기술 기업과 디지털 자산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할 예정이다.
◇불법 금융 근절...법률 개정도 검토
미국 암호화폐 규제 프레임워크는 디지털 자산을 통한 불법 금융 문제도 짚었다.
정부에 따르면 재무부, 법무부, 연방수사국(FBI), 국토안보부(DHS), 국립과학재단(NSF)은 디지털 자산의불법 금융 위험성을 평가한 초안을 작성했다. 독립 인증기관인 CFPB는 자발적으로 디지털 자산의 위험성을 다룬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백악관은 “법률과 규제 격차를 확인하기 위해 업계 발전 상황과 위험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강조했다.
재무부는 내년 2월까지 탈중앙화 금융(디파이, DeFi), 내년 7월 대체불가토큰(NFT)에 대한 금융 위험 평가도 마무리할 계획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디지털 자산 거래소와 대체불가토큰(NFT) 플랫폼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 서비스 업체에 적용할 ▲은행비밀법 ▲범죄첩보금지법 ▲미허가 송금 금지법에 대한 개정을 의회에 요구할지 여부를 검토한다.
뿐만 아니라 미허가 송금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법무부가 범죄 피해가 확인된 사법권에서 디지털 자산 범죄를 기소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디지털 달러 ‘긍정 평가’
정부는 디지털 달러가 결제 효율성을 개선하고 추가적인 기술 혁신의 기초를 놓을 수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
▲신속한 해외 거래 지원 ▲환경적 지속가능성 ▲금융 포괄성과 형평성 개선 ▲경제 및 안정성 촉진 ▲사이버 및 운영 위험 완화 ▲민간 데이터 및 프라이버시 보호 ▲불법 금융 거래 최소화 등을 잠재 이점으로 제시했다.
뿐안 아니라 미국이 글로벌 금융 리더십을 유지하고, 경제적 제재 조치를 실행하는 것에도 유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압박 상황에서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CBDC에 대한 추가 연구와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준이사회(FRB)에는 지속적으로 CBDC 연구, 실험 및 평가를 이어갈 것을 권고했다. 재무부는 CBDC 잠재 영향을 연구하는 전문가 그룹을 조직해 연준 작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연준이사회, 국가경제위원회(NEC),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과학기술정책실 지도부는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실무 진행 상황을 논의하고 최신 정보를 공유할 예정이다.
정부는 “CBDC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해당 시스템이 국가 최우선 가치를 반영할 수 있도록 정책 목표를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