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카우에 대한 증권성 판단 이후로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결국 실체 판단을 통해서 증권에 해당하는 것은 자본시장법상 증권으로, 나머지는 비증권으로서 디지털자산기본법(가칭)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증권과 비증권을 나누는 기준이 될 것이다. 그 기준이 현재 국가별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어 외국의 규제 동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규제 동향
미국은 현재 SEC를 중심으로 강한 규제주의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증권의 범위를 결정하는 Howey Test에서 더 나아가 SEC는 2019년에 ‘디지털 자산의 투자계약증권 프레임워크(US.SEC190403 Framework for Investment Contract Analysis of Digital Asset)’을 발표했고, 그에 따라서 ICO를 통해 발행된 토큰은 모두 증권에 해당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편 최근 미국에서는 공화당 소속인 신시아 루이스(C. Lummis)와 민주당 소속의 커스틴 질리브랜드(K. Gillibrand)의원이 ‘책임있는 금융혁신법안’을 제출했다. 이 법안의 특징은 보조자산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성질상 증권으로는 해석되지만, 사업자가 투자자에게 명시적으로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일부 자산을 보조자산이라고 규정했고, 이 보조자산의 경우 SEC에 정기적으로 공시의무를 이행하면 상품처럼 간주하는 규정을 둔 것이다.
또한 해당 법안에서는 이러한 상품으로 간주 되는(즉, SEC에 정기적으로 공시서류를 제출하는) 보조자산과 상품에 해당하는 디지털자산을 상품으로 간주하고 CFTC 관할로 규정했다. 그리고 디지털자산 거래소는 CFTC에 등록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유럽의 규제 동향
이와 비교되는 것이 바로 유럽의 MICAR(Market In Crypto Asset Regulation)이다. MICAR는 현재 의회 합의를 마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2024년 시행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MICAR의 특징은 유틸리티성 토큰 즉, 스테이블코인도 아니고 전자화폐로도 볼 수 없는 제3의 영역을 ‘암호자산’으로 규정하고 발행 관련 규제를 입법하고 있다는 점이다. MICAR의 대상은 명백히 금융투자상품성이 없는 암호자산으로 국한된다. 애당초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할 경우 유럽연합(EU) 「제2차 금융상품시장지침」(MiFID Ⅱ)의 규제 대상으로서 MICAR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외국 규제의 방향성
정리하면 미국 SEC는 상당히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디지털자산을 보고, 대부분 증권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 발의된 입법안에 따르면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만일 사업자가 투자자에게 지분권이나 수익권 등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동일하게 취급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은 앞서 본대로 암호자산 발행에 대한 구체적 규정을 두고 있다. 이러한 점은 미국 SEC의 증권성 판단과 그 기준을 달리할 것으로 예견할 수 있다. 유럽에서도 결국 무엇을 금융투자상품으로 보고, 무엇을 금융투자상품이 아닌 것으로 볼것인지가 핵심인데 MICAR에서 상세하게 발행규제를 다루고 있는 것에 비추어 볼 때 일반 암호자산의 범위를 미국보다 넓게 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것은 개인적인 생각이긴하나 만일 미국 SEC와 동일한 기준을 가지고 디지털자산 또는 암호자산을 판단한다면 대부분의 암호자산 발행은 증권 발행이기 때문에 별도의 프로세스가 사실상 불필요할 것이다. (더군다나 MICAR의 대상에는 금융투자상품이 배제된다는 점이 법문언상 명백하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의 암호자산 범위가 미국의 SEC에서 말하는 디지털자산의 범위보다는 넓게 판단될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물론 이러한 입장이 명확하게 드러나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우리는 지금 나타나고 있는 현상을 가지고 입법자의 의도를 추론할 뿐이다.
우리가 나아갈 바는
우리는 가상자산시장의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작년에는 엄청난 호황기였다면 올해는 혹한기를 겪고 있다. 많은 투자자들이 예기치 않게 큰 손실을 입기도 했다. 향후 논의 가능한 것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일 것이다. 현재 MICAR에는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언급은 없고,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게 준비금 적립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결국 담보형 스테이블코인을 제도적으로 강제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미국의 책임있는 금융혁신법안에서도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 발행자에게 발행량에 상응하는 준비금 적립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만일 스테이블코인 규제가 도입된다면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을 금지하거나 발행하더라도 발행자가 상당한 금액의 준비금 적립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방향으로 입법될 가능성이 크다.
다음 방향성은 증권과 비증권에 대한 분류일 것이다.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될 텐데, 결국 우리나라에서 단독으로 정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는 일일 수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일반 디지털자산으로 유통된다면 결국 이것을 우리나라에서만 금융투자 상품으로 취급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증권과 비증권의 경계설정과 관련해, 외국의 진행 상황을 참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 SEC와 리플 소송, 그리고 유럽에서의 제도 시행 상황 및 미국 책임있는 금융혁신법안의 통과 여부 등을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