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어제로의 첫 거버넌스 제안으로부터 고려해봐야할 점
포필러스(Four Pillars)
2024.12.24 18:11:48
Written by Jay, Commented by Ingeun
Key Takeaways
- 옴니체인 상호운용성 프로토콜인 레이어제로는 첫 번째 멀티체인 거버넌스 사례로, 수수료 전환에 관한 제안을 두고 지난 20일부터 커뮤니티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 레이어제로 팀이 제안한 수수료 전환 매커니즘의 도입 목적은 ZRO 토큰의 희소성을 강화해 가치를 높이고, 커뮤니티의 결속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데 있다.
- 하지만 이 거버넌스 제안은 수수료 모델 개편을 통해 레이어제로의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수수료 징수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주체들을 충분히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본 거버넌스 제안은 중요한 의의를 지니고 있으며, 이를 통해 얻어진 교훈을 바탕으로 레이어제로가 뛰어난 기술력과 커뮤니티 운영 능력을 겸비한 진정한 탈중앙화 크로스체인 솔루션으로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1. 배경 - 레이어제로의 첫 번째 멀티체인 거버넌스 프로포절: 수수료 전환 대투표(Fee Switch Referendum)
1.1 많은 프로토콜들에서 관찰할 수 있는 수수료 전환(Fee Switching) 도입
수수료 전환(Fee Switching)이란 특정 블록체인 프로토콜이나 플랫폼이 트랜잭션 수수료 혹은 기타 수익 모델의 구조를 변경하거나 새롭게 적용하는 메커니즘을 의미한다. 원래 자신들의 플랫폼 상에서 발생한 수수료를 모두 가져갔던 기존의 플랫폼들이 이러한 Fee Switching을 새로이 도입할 때의 목적은 대개 기존 커뮤니티를 강화하고 장기적으로 탈중앙적으로 발전하는 생태계를 만들어내는 데에 있다.
Source: X | Four Pillars
수수료 전환의 매커니즘을 통해 커뮤니티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하는데에는 다양하게 실험될 수 있는데 필자의 이전 포스팅에 따르면 크게는 토큰 배분자에게 직접적으로 수익을 공유하는 방법, 혹은 에어드랍 / 소각 / 바이백 / DAO 트레저리에 할당 등의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네이티브 토큰 자체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 등이 있다.
전자의 경우, 대표적인 사례(혹은 시도를 했던 사례)들로는 GMX(DEX, 에스크로 및 Multiplier Points를 곁들인 수익 분배), Lido(Liquid Staking, LidoDAO로 분배되는 스테이킹 보상의 일부를 토큰 보유자들에게 분배), 그리고 Uniswap(DEX, Vote를 스테이킹하거나 위임한 보유자에게 프로토콜 수익 분배) 등이 있다.
후자의 경우는 최근 Jito(MEV & Liquid Staking, TipRouter 프로토콜 상에서 생성된 모든 MEV 팁의 3%를 DAO 트레저리 및 NCN 네트워크 참여자에게 나누어 분배)의 최근 프로포절 사례를 포함하여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채택하고 있다.
1.2 레이어제로의 수수료 전환 대투표(Fee Switch Referendum)
Source: LayerZero
옴니체인 상호 운용성 프로토콜인 레이어제로(LayerZero)에서도 첫 번째 멀티체인 거버넌스로써 수수료 전환에 관련된 거버넌스가 제안이 되었다 - 여기서 멀티체인 거버넌스란, 커뮤니티 구성원이 ZRO 토큰을 레이어제로가 지원하는 여러 체인(이더리움, 옵티미즘, 베이스, 폴리곤, 아발란체, BNB 체인, 아비트럼)에 파편화되어 보유하고 있더라도 모든 보유량을 합산한만큼 단일 체인에서 곧바로 거버넌스에 행사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Source: LayerZero
해당 거버넌스 프로포절도 후자의 경우에 해당하는데, 이 프로포절의 골자는 레이어제로가 크로스체인 메시징에 부과하는 검증(verification) 및 실행(execution) 수수료에 해당하는 금액을 부가적으로 부과하고 여기서 나온 추가 수수료를 ZRO 토큰을 통해 바이백 및 소각하는데에 쓰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어플리케이션이 타 체인간 브릿징 거래를 발생시켰을 때 청구되는 수수료가 $0.01에 달했다면, 부가적으로 트레저리 컨트랙트(Treasury Contract)에 의해 $0.01이 더 청구되며 해당 금액은 ZRO 토큰을 주기적으로 구매하고 소각하는데에 쓰이는 것이다.
참고로, 해당 거버넌스 제안은 레이어제로 재단에 의해 갑작스럽게 제안된 것이 아니다. 레이어제로 재단은 지난 6월 20일, TGE와 토크노믹스에 대한 세부 내용을 담은 블로그를 통해 이미 매 6개월마다 수수료 전환 거버넌스 제안을 커뮤니티 투표에 부치겠다고 밝힌 바가 있다. 그리고 이번 12월 20일이 그 첫 번째 투표가 되는 날이었던 것이다. 즉, ZRO 토큰 보유자로 구성된 커뮤니티는 6개월마다 이번 거버넌스 프로포절 절차를 동일하게 시행하여 레이어제로 프로토콜의 수수료 전환을 켤지 여부에 대해 시그널링할 수 있다.
투표는 다음 링크를 통해 12월 20일 0:00:00 AM UTC부터 1주일 간 진행된다.
*레이어제로의 멀티체인 거버넌스는 lzRead 라는 데이터 프리미티브를 통해 구현될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레이어제로의 블로그를 참조하기 바란다.
2. 시사점 - 본 거버넌스 제안에 대한 몇 가지 우려점들과 의의들
2.1 본 거버넌스 제안의 우려점들
레이어제로 팀이 제안하는 수수료 전환 매커니즘 도입의 목적은 ZRO 토큰을 희소화하여 토큰 자체의 가치를 상승시키고, 커뮤니티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ZRO 토큰 보유자들에게는 충분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제안이다.
하지만 해당 거버넌스는 수수료 모델의 개편을 통해 레이어제로의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수수료 징수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주체들을 충분히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고민해볼 만한 주요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2.1.1 높은 수수료 및 예측가능성 저하 문제
브릿지 솔루션은 일반적인 레이어 1 및 레이어 2 거래 수수료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이 책정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사용자들에게는 지원되는 체인의 수, 개발 프레임워크의 성숙도, 보안성 등의 요소와 함께 저렴하고 예측 가능한 수수료를 보장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특히, 빈번한 거래를 처리하거나 소액을 브릿징하는 프로젝트나 최종 사용자들에게는 지원되는 체인의 수와 같은 요소보다 수수료 수준이 훨씬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또한, 6개월이라는 비교적 짧은 주기로 수수료 전환 여부를 투표에 부치는 방식은 레이어제로의 프레임워크를 활용하는 다양한 토큰 프로젝트, 블록체인 네트워크, 어플리케이션들이 브릿징 비용을 예상하고 운영을 최적화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2.1.2 현재 ZRO 토큰의 주요 커뮤니티 구성원은 어떤 주체인가?
해당 거버넌스 제안의 가장 큰 수혜자는 ZRO 토큰 보유자들이다. 그렇다면 이 토큰의 주요 보유자는 누구일까? 레이어제로의 토크노믹스 문서에 따르면, 전체 토큰의 57.7%가 핵심 기여자와 전략적 파트너에게 할당된 반면, 나머지 38.3%는 사용자, 프로토콜, 인프라 빌더, 커뮤니티 구성원 등 다양한 주체들에게 배분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모든 토큰이 분배된 이후의 이야기다. 현재까지 ZRO 토큰은 6월 20일 TGE를 통해 주로 기존 네트워크를 활발히 이용한 일반 사용자들에게 배분된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프로포절은 수수료를 부담하는 주체와 이를 통해 혜택을 받는 주체가 서로 완벽하게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형평성에 대한 의문 혹은 너무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2.2 본 거버넌스 제안의 의의들
이와 같은 우려점들에도 불구하고, 본 거버넌스 제안이 의의를 가지는 포인트도 분명히 존재한다.
2.2.1 수수료 모델 변화에 따른 커뮤니티 센티먼트 측정 및 적정 수수료 책정에 대한 실험으로써의 의의
브릿징 비용은 특히 소스 체인과 목적지 체인의 종류에 많이 의존하긴하지만, 사용자의 가격 민감도와 지불 의향(Willingness to Pay)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초기 단계에 있다. 따라서 이번 수수료 매커니즘 개편은 레이어제로 브릿지를 사용하는 다양한 사용자와 프로젝트들에 대해 수수료 변화가 수요와 공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2.2.2 DAO 거버넌스 활성화 및 향후 거버넌스 프레임워크의 발전 가능성 모색
거버넌스 토큰은 본질적으로 네트워크의 탈중앙화 운영을 목적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레이어제로의 거버넌스 프레임워크는 아직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상태다. 예를 들어, 거버넌스의 범위는 어디까지이며, 이에 가장 적합한 참여자는 누구인지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
이번 거버넌스 제안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복잡한 관계와 얽혀 있는 만큼, 이를 통해 레이어제로 팀은 거버넌스에 주요한 영향력을 가진 주체를 파악하고, 그에 따라 거버넌스의 범위를 포함하여 프레임워크를 보다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다.
2.2.3 크로스체인 메시징 유스케이스의 확장
본 거버넌스 제안은 lzRead를 활용한 레이어제로의 첫 번째 멀티체인 거버넌스 사례다. 앞으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인프라 네트워크가 더 많은 사용자와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멀티체인 전략을 필수적으로 채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레이어제로 팀의 멀티체인 거버넌스 사례는 레이어제로팀의 크로스체인 기술력이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유스케이스를 창출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이는 다양한 프로젝트가 레이어제로와 같은 크로스체인 솔루션을 활용해 더 많은 유스케이스를 개발하는 데 중요한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참고로, 레이어제로 팀은 이전에 아라곤(Aragon) 팀과의 협업을 통해 가스없는 멀티체인 거버넌스 툴링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바가 있다.
2.3 끝으로..
폭넓은 생태계를 구축해 온 레이어제로는 이제 멀티체인 거버넌스를 도입하여 한층 더 탈중앙화된 생태계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이번 거버넌스 제안에서 얻은 다양한 교훈을 바탕으로, 탁월한 기술력과 뛰어난 커뮤니티 운영 역량을 겸비한 진정한 탈중앙화 크로스체인 솔루션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3. 다른 사람들의 의견
3.1 Four Pillars 의 Ingeun Kim -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유권자의 적극적인 참여
이번 레이어제로의 수수료 전환 거버넌스 제안은 제안 자체의 내용으로도 장단점을 따지며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분석하기 충분했다. 특히, 멀티체인 거버넌스의 특징인 다양한 체인에서 참가할 수 있다는 좋은 접근성은 거버넌스의 존재 의의를 돋보이게 했다.
그리고 이번 거버넌스 투표는 대투표로써 이른바 전체 투표의 특성을 지닌다. 전체 투표는 특정 집단의 모든 구성원이 참여할 수 있는 투표이며, 이번 거버넌스 제안에 대해서는 $ZRO를 보유하고 있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부분이 중요한 제안을 처리하는데에 있어 맹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전체 투표는 모두가 투표를 했을 때는 100%의 유권자 의사를 반영하며 가장 명분이 강한 결과를 내놓게 된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투표율이 점점 내려감에 따라 유권자의 의사와 멀어지고 명분도 약해진다는 뜻이다.
결국, 낮은 투표율로 투표가 끝날 경우 소수의 의견이 과대 대표되거나 특정 집단의 이익만 대변될 수 있다. 이는 DAO와 같이 탈중앙화 기관이 지키려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다수의 의견 반영"을 훼손한다. 이러한 상황은 정책 실행 과정에서 반대와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절차상에서 투표율을 높여야 하는 거버넌스적 책임이 따른다.
물론 위의 문제를 어느정도 해결하기 위해 투표권의 역할을 하는 토큰을 임의의 인물이나 기관에 위임하여 대신 투표를 치르게 하는 대의 민주주의 방안도 많이 쓰인다. 그러나 이 방안도 위임한 유권자의 의견을 완전히 반영하기 힘든 의견적 괴리감이 발생할 수 있다.
Source: LayerZero Foundation
레이어제로의 수수료 전환 거버넌스 제안에서는 이러한 부작용들에 대비하기 위해 정족수(6천 6백만 ZRO)와 같은 최소한의 투표율을 보장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6개월에 한 번씩 반복 시행하여 유연하게 대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레이어제로의 수수료 전환과 관련한 개개인의 의견이 정확하게 반영되고 제안의 명분이 더욱 더 견고해지려면 $ZRO를 가지고 있는 보유자들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 현재 레이어제로 측에서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 투표를 홍보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따라서 $ZRO의 보유자들이 여기의 링크를 통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다면 레이어제로의 거버넌스 제안을 옳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과 함께 DAO의 진정한 의미를 경험하는 뜻 깊은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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