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보안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 자금 투자가 2025년 1분기 들어 반등세를 보이면서, 시장 전반에 다시금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에 따르면 이 기간 사이버 보안 신생기업들이 유치한 총 투자금은 27억 달러(약 3조 8,880억 원)로 전 분기 대비 29%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28억 달러와 거의 맞먹는 수치다.
투자 규모는 늘었지만 거래 수는 급감했다. 올해 1분기 성사된 거래 건수는 139건에 불과해, 지난해 1분기의 200건 이상 대비 31% 줄었고, 직전 분기인 2024년 4분기와 비교해도 감소세를 보였다. 이는 벤처 자금이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투자 반등에는, 올해 초 발표된 구글(GOOGL) 모회사인 알파벳의 클라우드 보안 유니콘 ‘위즈(Wiz)’ 인수 계획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320억 달러(약 46조 원)에 이르는 이 거래는 벤처 자금 받은 스타트업 중 역대 최대 규모의 인수 건으로 꼽히며, 업계 전반에 다시금 ‘빅엑시트(Big Exit)’ 가능성을 각인시켰다.
성장 전략 벤처캐피털 톰베스트 벤처스(Thomvest Ventures)의 매니징 디렉터 우메시 파드발은 “투자자들은 위즈의 성공을 향한 복제 전략을 고민하고 있으며, 특히 무엇이 그 회사를 차별화시켰는지를 집중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AI, 특히 작업을 주도적으로 수행하는 ‘에이전틱 AI’가 보안 업계의 미래를 이끌 핵심 기술로 부상 중”이라며, “자동화는 조직 내 해킹 조치 시간을 단축하고 사이버 보안 대응의 효율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대형 인수 건과 함께 일부 고성장 스타트업도 큰 규모의 자금을 확보했다. 엔드포인트 보안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닌자원(NinjaOne)은 5억 달러(약 7,2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C 투자 확장을 통해 기업 가치를 50억 달러로 끌어올렸다. 이어 기업용 브라우저를 개발한 아일랜드(Island)가 25억 달러(약 3,600억 원)의 시리즈 E 투자를 유치하며 48억 달러의 가치 평가를 받았다. 가족 중심 보안 솔루션을 제공하는 오라(Aura)도 1억 4,000만 달러(약 2,000억 원)를 유치하며 시리즈 G를 마무리했다.
이스라엘 기반 사이버 VC 펀드 YL벤처스(YL Ventures)의 오퍼 슈라이버 파트너는 “초기 단계 투자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며, “시장 검증을 마친 스타트업은 시리즈 A와 B 단계에서 매우 치열한 투자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사이버 보안 세부 분야의 포화로 인해 주요 펀드들이 이미 다수의 보안 기업에 투자한 상태이며, 이에 따라 포트폴리오 중복을 피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같은 활기가 지속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미중 무역 갈등 재점화 가능성,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 일부 벤처캐피털의 경기 침체 경고 등은 투자 심리 위축을 예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즈의 사례처럼 시장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낸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투자 기회를 자극하는 만큼, 사이버 보안 산업은 중장기적으로 구조적 성장 동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