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손잡은 부동산 스타트업, '작고 빠른' 투자로 조심스러운 반격

부동산을 테크 혁신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과거 대형 투자 실패로 회의론이 짙었던 이 분야가 이제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는 신호가 이어지고 있다. 작년과 비교해 투자 규모는 다소 증가했으나 여전히 유니콘급 대형 거래는 드물고, 대신 효율성과 실용성이 강조된 ‘작고 빠른’ 투자가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Crunchbase에 따르면 올 한 해 동안 AI 기반 부동산 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액은 약 2억 달러(약 2,880억 원)를 돌파했다. 특히 엘리스AI(EliseAI)는 지난해 여름 주택 및 헬스케어 서비스를 자동화하는 AI 플랫폼으로 7,500만 달러(약 1,080억 원)를 유치하며 단일 최대 투자를 기록했다. 이어 드론 기반 건설 현장 점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이트뷰(Zeitview)는 지난 3월 6,000만 달러(약 860억 원)를 확보했다. 몬트리올의 에너지 기술업체 디시벨(Dcbel)도 이달 초 5,500만 달러(약 790억 원)를 유치하며 에너지 전환을 겨냥한 기술 역량을 증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평균 투자 규모가 크지 않다는 데 있다. 올해 AI-부동산 융합 스타트업의 중간 투자액은 약 400만 달러(약 58억 원)에 불과하다. 과거 위워크(WeWork)나 오픈도어(Opendoor)처럼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고도 부진했던 사례를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투자사들은 이제 비용 효율성과 기술 구현 가능성, 빠른 시장 진입 가능성을 우선시하고 있다.

초기 단계 부동산 전문 벤처펀드인 프루던스(Prudence)의 매니징 파트너 개빈 마이어스는 “이전에는 필요 이상의 자금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들어갔다”며 “지금은 현장에서 필요한 문제 해결 도구에 대한 수요가 기술 공급보다 높다”고 분석했다. 마이어스는 AI 기술을 활용한 건설 관리와 임대 운영, 중개 프로세스 툴이 특히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프루던스가 최근 투자한 ‘유니티 AI(Uniti AI)’는 AI 기반 임대 에이전트 스타트업으로, 지난 3월 400만 달러를 시드 라운드에서 확보했다. 이와 함께 작년에는 건설 현장과 사무실 간 정보 공유를 연결하는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플래너라(Planera)에 1,350만 달러(약 195억 원)를 투자한 바 있다. 마이어스는 “이전 세대보다 훨씬 더 적은 자원으로도 시장 출시에 속도를 낼 수 있다”며 AI가 창업과 제품 전개에 끼치는 효과를 강조했다.

한편, 최근 IPO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관련 기업들의 상장은 아직 소수에 그치고 있다. 다만 지난해 말 홈 서비스 플랫폼 서비스타이탄(ServiceTitan)이 상장에 나서며 약 85억 달러(약 1조 2,200억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것은 의미 있는 이정표로 평가받는다.

건설비 지출이 증가하고, 임대료가 고점에 머무르며, 유지보수 비용 부담 또한 커지는 가운데, 이 시장을 겨냥한 스타트업들에게는 여전히 대규모 수익 기회가 존재한다.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부동산 혁신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해석마저 나온다. 이는 벤처 자본이 ‘조심스럽게’ 성장 동력을 찾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