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의 주요 성장 동력으로 꼽혔던 ‘매그니피센트 세븐(Magnificent Seven)’ 기술주가 올해 1분기 최악의 성과를 기록하며 시장의 기대에 큰 상처를 남겼다. 이들은 S&P500 전체 시가총액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종목들이었지만, 올해 들어 연달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관련 상장지수펀드 마그세븐 ETF(MAGS)는 지난 3월에만 10.5% 하락했고, 2월의 8% 하락까지 더해지며 연초 대비 15% 이상 떨어졌다.
애플(AAPL), 마이크로소프트(MSFT), 엔비디아(NVDA), 알파벳(GOOG), 아마존(AMZN), 메타(META), 테슬라(TSLA)로 구성된 이 ETF 종목군은 대부분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특히 테슬라는 연초 이후 35% 이상 급락하며 단연 눈에 띄는 부진을 보였다. 판매 부진과 더불어 일론 머스크(Elon Musk) 최고경영자의 정치 활동에 대한 투자자 우려가 악재로 작용했다. 그 뒤를 이어 엔비디아가 약 20% 하락했고, 알파벳 역시 18%가량 밀렸다. 반면 메타는 2% 수준의 하락에 머물며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이처럼 하락세가 강했던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깜짝 등장 이후 AI 관련 기술주의 성장 전제가 흔들리며 투자심리가 꺾였다. 여기에 몇몇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과대평가 논란까지 겹쳤고, 인프라 투자에 따른 경제적 보상이 당장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회의론도 퍼졌다.
시장 전반적인 거시환경 역시 부담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이은 관세 발언은 시장 불확실성을 키웠고, 기술주를 포함한 고위험 자산에서 안전자산인 금과 미국 국채로의 자금 이동이 본격화됐다. 골드 가격이 연초 대비 20% 이상 급등하고, 국채 수요가 증가한 것도 이 같은 흐름을 뒷받침한다.
지난 2년간 S&P500의 상승세 절반 이상을 이끌던 매그세븐 종목군은 오히려 올해 증시에 하방압력을 가하는 주체로 전환되는 모습이다. 이들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대다수 종목이 조 단위 규모로, 그 영향력만큼 시장 전반의 움직임에 강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2월 매그세븐이 조정을 받기 시작한 이후, S&P500도 뒤따라 하락세로 전환됐다. 반면 시가총액을 균등하게 가중한 이퀄웨이트 S&P500 지수는 아직 기술적으로 조정국면에 들어서진 않았지만, 3월 중순 기준 9.8% 하락하며 경계감을 증폭시켰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단기 조정에 그칠지, 아니면 시장 패러다임 전환으로 이어질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트럼프의 무역정책, 금리 동향, 주요 기업들의 2분기 실적 가이던스 등이 복합적으로 시장 향방을 결정지을 중대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