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영화, TV, 소셜미디어가 얽히며 빠르게 바뀌는 2025년 미디어 산업에서 승자는 스토리텔링과 기술 역량을 동시에 지닌 기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딜로이트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게임업계의 높은 성장성과 미디어 업계의 규모 경쟁, 사용자 생성 콘텐츠의 확산, 생성형 AI 기술의 부상 등을 핵심 변화로 지목했다.
딜로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은 콘텐츠 기업들이 과거보다 훨씬 더 다양한 경쟁자들과 맞부딪히는 시기다. 기존 영화·TV 위주 콘텐츠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이제 이들과 경쟁하는 자리는 글로벌 소셜 플랫폼과 게임 프랜차이즈, 그리고 독립 콘텐츠 제작자들로 채워지고 있다. 특히 *디지털 엔터테인먼트의 경제 구조*가 변화하면서 대형 스튜디오나 스트리밍 기업들은 더 많이 투자하고, 더 정교한 전략을 요구받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대형 AAA 게임 타이틀은 이제 최대 10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에 달하는 개발비를 들여 출시되고 있으며, 이들은 영화나 드라마로도 이어지는 크로스 플랫폼 IP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FT), 소니(SONY), 닌텐도(NTDOY) 등 기존 게임 강자들은 자사 게임을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와 시리즈가 게임 구매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에 주목하고 있다.
딜로이트 미국 TMT 부문 부회장 더그 반 다이크(Doug Van Dyke)는 “게임은 이제 단순한 콘텐츠가 아니라, 몰입형 사용자 경험을 파는 종합 플랫폼”이라며, “강력한 프랜차이즈를 확보한 기업이 게임과 영상, 스트리밍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팬 기제를 형성한다면 다음 시대의 리더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최근 HBO에서 방영된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시즌2’와 곧 개봉하는 ‘마인크래프트’ 영화, 그리고 여러 대작 게임의 동시다발적인 흥행 가능성을 주요 사례로 들었다.
눈여겨볼 점은 콘텐츠 생산의 무게중심이 점차 소셜 콘텐츠와 사용자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Z세대의 56%, 밀레니얼의 43%는 전통 미디어보다 소셜 플랫폼 콘텐츠를 더 선호한다고 답했으며, 이로 인해 대형 콘텐츠 기업들이 보유하던 ‘품질’이라는 방어막이 약해지고 있다. 소셜 플랫폼은 AI와 클라우드 인프라, 정확한 데이터 기반 타게팅을 활용해 광고주와 시청자 모두를 동시에 사로잡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광고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체 디지털 광고 예산 중 게임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5% 수준이지만, 페이스북, 틱톡 등 소셜 플랫폼의 광고 수익은 매년 20%씩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디즈니(DIS)의 밥 아이거 CEO가 에픽게임즈에 15억 달러(약 2조 1,600억 원)를 투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광고주들은 이제 게임을 단지 하나의 카테고리로 보지 않고, 새로운 시대의 접점이라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기술을 통한 콘텐츠 생산성 향상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생성형 AI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AI는 스튜디오의 제작 및 운영 아웃풋을 개선할 뿐 아니라, 팬과 창작자 간 상호작용을 유도하는 도구로 각광받고 있다. 다만 AI의 확산이 기존 프리미엄 콘텐츠 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전통 콘텐츠 산업은 이러한 기술 변화와 경제적 압박 사이에서 방향성을 재정비해야 할 시점이다. 특히 스트리밍 기업들은 구독 모델만으로는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면서 광고 기반 서비스(AvoD)와 유료 구독(SVoD)의 균형, 개인화 광고 기술 확보, 글로벌 오디언스를 겨냥한 콘텐츠 전략 다변화가 절실해졌다.
딜로이트는 2025년 미디어 산업의 3대 키워드를 ‘광고 플랫폼과 디지털 데이터 기반 경쟁력’, ‘규모의 비대칭 경쟁’, ‘AI를 통한 혁신’으로 압축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제작 및 배포의 전통적 구조는 여전히 변화에 저항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2025년은 게임과 영상 콘텐츠, 소셜미디어 간 경계가 희미해지고, 강력한 기술 인프라와 팬 중심의 사용자 참여 전략을 지닌 사업자들이 승기를 쥐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생성형 AI의 역할, 광고 기술의 진화, 글로벌 사용자 기반 확보 전략에 대한 대응이 향후 기업 생존과 성장을 가를 결정적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