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더블록(The Block)에 따르면, 미국 비트코인(BTC) 채굴기업 라이엇플랫폼스(Riot Platforms)는 캐나다 기반 경쟁사 비트팜스(Bitfarms)와의 인수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자신이 보유한 지분 중 일부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하는 전략을 선택하였다. 이에 따라 라이엇은 비트팜스 보유 주식 가운데 약 55만 주만 의결권을 유지하고, 나머지 지분은 회수 불가능한 위임장(irrevocable proxy)을 통해 비트팜스 측에 권한을 넘겼다.
이는 비트팜스가 보유한 독소조항(포이즌 필·Poison Pill) 발동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이 조항은 특정 주주가 15% 이상 의결권을 보유할 경우, 신주를 발행해 해당 주주의 지분을 희석시키는 방식으로 적대적 인수를 차단하는 방어책이다. 밴에크(VanEck)의 디지털자산 리서치 책임자 매튜 시겔(Matthew Sigel)은 이를 두고 "항복이 아닌, 장기적 지배구조 게임에서의 캐슬링 수(전략적 후퇴)"라고 평가하였다.
라이엇은 지난 2024년 4월 비트팜스를 9억5000만 달러에 인수하려다 무산된 후, 지분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현재 16%를 보유하고 있다. 당시 라이엇은 주당 2.30달러의 인수 제안을 했으나, 비트팜스 이사회와의 소통 부재를 이유로 철회하고 공개시장 매입 전략으로 전환하였다. 이후 같은 해 9월, 라이엇은 더 이상의 지분 확대를 막는 합의서를 체결하였다.
이번 의결권 위임에도 불구하고, 라이엇은 향후 지분을 매각하거나 추가 매입할 수 있는 유연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비트팜스의 이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2024년 4월 진행된 비트코인 네 번째 반감기 이후 채굴 수익이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채굴기업들은 생존 전략으로 인프라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라이엇은 최근 3월에만 533 BTC를 채굴하며 반감기 이후 월간 최고 채굴 실적을 기록했으며, AI 및 고성능 컴퓨팅(HPC) 인프라 제공으로 사업 모델을 확장 중이다.
하지만 양사 모두 시장 하락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라이엇 주가는 지난해 대비 34% 하락하였으며, 비트팜스는 무려 65% 급락했다. 라이엇의 시가총액은 약 23억 달러, 비트팜스는 약 3억8000만 달러로 집계되었다.
시장에서는 라이엇의 전략적 유보와 점진적 영향력 확대가 비트팜스 인수전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