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새로운 관세 부과와 함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자 암호화폐 시장이 즉각적인 충격을 받았다. 지난 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 연설 직후 시장은 일시적으로 반등했지만, 정책의 전체 윤곽이 드러나면서 주요 암호화폐는 전반적인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미국 정부는 4월 5일부터 모든 국가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으며, 중국에는 34%, 유럽연합 20%, 일본에는 24%에 달하는 높은 세율을 적용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의 불공정한 무역관계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관세 소식이 첫 보도됐을 때 비트코인(BTC)은 한때 8만 8,500달러(약 1억 2,910만 원)로 급등했지만 이후 2.6% 하락하며 8만 2,876달러(약 1억 2,100만 원) 수준으로 밀렸다. 이더리움(ETH) 역시 6% 넘게 하락하며 1,797달러(약 262만 원)까지 떨어졌고,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5.3% 감소해 약 2조 7,000억 달러(약 3,942조 원)로 축소됐다.
암호화폐 시장 심리를 측정하는 ‘공포·탐욕 지수’도 극단적 공포(Extreme Fear) 수준인 25를 기록하며, 전반적인 투자 위축을 보여줬다. 다만, 이후 낙폭 일부는 회복돼 비트코인은 소폭 반등해 8만 3,205달러(약 1억 2,145만 원), 이더리움은 1,810달러(약 264만 원)로 회복했다.
호주 암호화폐 거래소 BTC마켓의 애널리스트 레이첼 루카스는 당시 시장 반응이 확정된 정보에 따른 일시적인 안도감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현지 거래량이 46% 급증하며 대형 투자자들이 급등 구간에서 차익 실현에 나섰고, 소액 투자자들은 관망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주요 교역국의 대응이다. 루카스 애널리스트는 “중국이나 유럽연합이 보복에 나설 경우 추가 매도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국 증시도 동반 하락하며 S&P 500 지수가 약 2조 달러(약 2,920조 원)의 시가총액을 잃는 등 시장 전체가 타격을 입었다.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관세가 상단(the high end)에 도달했다고 본다"며, 무분별한 보복 조치만 없다면 시장에 확실성과 예측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자산운용사 21셰어스(21Shares)의 투자 전문가 데이비드 에르난데스는 장기적으로는 이번 정책이 시장에 긍정적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소 높은 수준의 관세였지만, 정책의 범위와 방향이 명확히 제시되면서 오히려 향후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시장에서는 확실성을 선호한다”며, “단기적으로는 가격 조정이 불가피했지만, 기관 투자자들은 저평가된 자산에 새롭게 진입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길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향후 멕시코, 한국, 중국, 일본 등의 대응 여부가 시장 흐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