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사실상 국채 매입을 재개하며 유동성 공급에 나설 수밖에 없는 구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 확장 기조와 정치적 압력이 맞물리며 글로벌 달러 유동성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고, 이에 따라 비트코인은 연말 25만 달러 돌파를 향한 랠리를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1일(현지시간) 암호화폐 투자사 맬스트롬(Maelstrom)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아서 헤이즈는 월간 뉴스레터 '크립토 트레이더 다이제스트(Crypto Trader Digest)'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미국 연준이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 기조와 정치적 압력에 직면한 가운데, 양적긴축(QT) 중단과 국채 중심 양적완화(QE)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으며, 이는 비트코인에 강력한 상승 신호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헤이즈는 시장이 무역 관세 인상 등 지정학적 변수에 집중하고 있지만, 실제로 자산시장의 흐름을 좌우하는 핵심은 '달러 유동성'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연준의 QT 종료와 QE 복귀 가능성을 ▲정치적 상황 ▲재정 운용의 제약 ▲중앙은행 독립성의 현실적 한계, 세 가지 측면에서 분석했다.
그는 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금과 주식의 상반된 반응을 되짚으며 이번에도 비트코인이 유동성 변화의 수혜를 가장 먼저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25만 달러'라는 구체적인 목표가를 제시하며 이번 유동성 전환기를 비트코인에 있어 역사적 기회로 조명했다
정치적 상황 - 미국 중심 질서 재편과 재정 확대 기조
헤이즈는 먼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의 제조업과 무역 구조가 수십 년간 불공정한 글로벌 질서 속에서 손해를 봤다"며 이를 바로잡겠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트럼프가 지지율 하락이나 경기 충격을 감수하더라도, 미국 제조업을 회복시키고 고등교육을 받지 않은 인구 65%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정책 기조는 1990년대 이후 악화된 미국의 경상수지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1994년 위안화를 대폭 평가절하한 뒤, 2001년 미국의 지원 속에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며 수출 중심 산업 구조를 완성했다. 이후 미국의 대중 무역수지는 2001년 830억 달러 적자에서 2022년 3820억 달러로 4.6배 악화됐고, 미국 제조업은 급속히 해외로 빠져나갔다. 헤이즈는 이로 인해 중하위 노동계층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이들이 트럼프 지지층으로 결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이런 흐름이 트럼프나 공화당만의 방향은 아니라며, 바이든 대통령 역시 반도체 수출 제한 등 트럼프 시절 대중 정책 대부분을 유지하고 있고, 해리스 부통령 역시 대선 캠페인에서 강경한 대중 메시지를 반복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정당은 달라도, '미국 중심 질서 재편'이라는 방향성은 양당 모두가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조업 복귀와 군수산업 강화, 저소득층 고용 확대, 국방력 증강은 모두 큰 재정 투입을 전제로 하며, 이런 지출을 감당하려면 국채 금리를 낮게 유지하는 것이 필수이고, 이는 결국 연준의 국채 매입(QE) 없이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헤이즈는 정치권 전반에 걸쳐 형성된 미국 중심 질서 재편이라는 거대한 방향성은 연준의 독립성보다 우선되는 현실적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양적완화는 '선택'이 아닌 '정치적 숙명'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재정 운용의 제약 – 연준이 결국 개입할 수밖에 없는 이유
헤이즈는 트럼프의 성장 전략이 단순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유턴, 고용 확대, 실질 GDP 3% 이상 성장 등은 모두 전제조건이 있으며, 그것은 바로 정부가 충격 없이 계속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과거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 상태에서도 중국 등 수출국들이 벌어들인 달러를 미국 국채나 주식에 재투자해주었기 때문에 저금리를 유지하며 부채 부담 없이 경제를 운용할 수 있었다. 이 덕분에 미국 부채는 7배 가까이 늘었지만,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또한 그는 2009년 이후 미국 주식시장(MSCI US)이 세계 평균보다 200% 더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고 지적하며, 이는 미국 기업 경쟁력만으로 설명되기보다는 외국 자금 유입과 연준의 통화완화(QE) 정책이 결합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헤이즈는 설사 정부가 재정적자를 GDP의 3% 수준까지 줄이더라도, 미국은 여전히 해마다 새로운 빚을 지는 구조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부채 총액은 계속 늘어나고, 이자 부담도 빠르게 불어날 수밖에 없다. 물론 명목 GDP 성장률이 부채 증가율보다 빠르면 전체 부채비율(GDP 대비)은 줄어들 수 있지만, 그는 이런 균형이 외국 자금의 미국 자산 투자로 가능했던 과거와는 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경한 무역 정책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외국인의 미국 자산 투자 수요가 줄어들고 있고,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만기 도래 국채와 지속적인 재정적자를 감당하기 위해 결국 내부 유동성, 즉 연준이나 미국 금융기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헤이즈는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2028년까지 재정적자를 GDP 대비 3%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밝혔지만, 그 과정에서도 미국 정부는 해마다 큰 폭의 차입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역시 복지나 국방 지출을 줄이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정부는 결국 증시 상승을 통해 자본이득세(capital gains tax)를 늘리는 방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봤다. 그러나 그는 이 구조가 금리가 오르면 쉽게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36조 달러 규모의 부채에 대해 평균 3.282%의 이자를 내고 있는데, 금리가 5%까지 오르면 이자 부담은 연간 수천억 달러 수준으로 급증해 재정 운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트럼프가 말하는 '성장으로 해결하는 재정 전략'은 낮은 금리라는 전제를 깔고 있으며, 이는 연준이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춰주는 방식, 즉 양적완화(QE)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연준이 국채를 직접 매입하거나, 은행이 더 많은 국채를 매입할 수 있도록 SLR 규제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구조가 필연적으로 형성된다는 것이다. 헤이즈는 이를 "수학적으로 유일한 해법"이라고 표현했다.
중앙은행의 독립은 현실일까 – '재정 우위'라는 오래된 진실

헤이즈는 연준이 결국 양적완화(QE)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는 배경에는 '재정 우위(fiscal dominance)'라는 구조적 현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정부의 부채가 지나치게 커지면, 중앙은행이 독립적으로 긴축을 유지하기보다 정부의 자금 조달을 돕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게 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1970년대 연준 의장 아서 번스는 연설 ‘중앙은행의 고뇌(The Anguish of Central Banking)’에서 이를 직접 언급했다. 그는 “중앙은행은 철학적·정치적 압력 속에서 본래의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워졌으며, 인플레이션의 본질도 그 환경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고백했다고 전했다.
헤이즈는 이러한 현상이 1930년대 뉴딜 정책 이후 본격화됐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역할이 복지·고용·산업 전반으로 확대되며 시민들의 기대가 커졌고, 이를 세수만으로 충당하기 어려워지면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점차 약화됐다. 그 결과 통화정책은 재정정책을 보조하는 수단으로 전락했고, 이는 단기 대응이 아니라 장기적인 구조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1980년대 초 강한 긴축 정책으로 유명했던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조차 고금리의 부작용에 대한 정치권의 압력 앞에서 긴축을 완화한 사례도 이러한 재정 우위 구조를 뒷받침한다고 봤다. 그는 이처럼 중앙은행의 독립은 이상적인 원칙일 뿐, 실제로는 정치·재정 현실에 따라 제약받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미 예견된 ‘양적완화’…제롬 파월의 선택은 예정된 수순
아서 헤이즈는 오늘날 파월의 연준도 이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면서, "양적완화는 결국 되돌아올 수밖에 없는 선택지"라고 강조했다. 연준이 실업률이 1%만 올라가도 시장은 과민 반응하지만, 연 2%의 인플레이션은 자연스럽게 용인한다고 지적하며, 연준이 긴축 대신 다시 완화로 기우는 배경엔 정부의 재정 부담과 중앙은행의 제도적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또한 "왜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두고 '일시적(transitory)'이라는 표현을 반복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는 연준이 사실상 재정정책을 뒷받침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3월 FOMC 회의에서 양적긴축(QT) 축소를 시사하며, 이 같은 현실을 사실상 인정했다. 당시 파월은 "어느 시점엔 순자산 축소(roll-off)를 멈출 것"이라며, "MBS는 줄이되 전체 자산 규모는 유지하는 방향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은 4월부터 국채 보유 자산 축소 속도(QT)를 월 250억 달러에서 50억 달러로 대폭 줄이기로 했다. 이 조치만으로도 연간 약 2400억 달러의 유동성 순증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파월은 MBS(주택저당증권)는 줄이고 국채는 매입하는 'QT 트위스트(QT Twist)'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며, 이 경우 최대 연 4200억 달러 규모의 국채 순매입이 가능해진다. 헤이즈는 이를 사실상 국채를 위한 양적완화(QE)로 해석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도 은행의 국채 보유 여력을 제한하는 SLR(보완적 레버리지 비율)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베센트는 SLR 완화 시 국채 금리가 최대 70bp(0.7%p)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으며, 이는 민간을 통한 간접적 국채 QE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파월 의장은 또 최근 트럼프발 관세 인상이 물가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며, 금리 인상 같은 긴축 조치를 고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자산시장에 정책 완화 지속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시장에선 연 2400억 달러에서 최대 4200억 달러 규모의 유동성 순증 효과가 예상되며, 이는 비트코인과 같은 유동성 민감 자산에 강력한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헤이즈는 이처럼 QT 축소 → 국채 중심 QE 전환 → 은행의 국채 매입 여력 확대(SLR 완화) → 관세발 인플레이션 무시라는 흐름이, 연준이 정치와 재정을 고려해 QT를 종료하고 국채 중심의 QE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구조적 전환이라고 진단했다.
결과적으로 시장에는 연 2400억~최대 4200억 달러 규모의 달러 유동성 순증 효과가 예상되며, 이는 비트코인과 같은 유동성 민감 자산에 강한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금융위기 사례와 새 자산 유형 ‘비트코인’의 방향
헤이즈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GFC) 당시 유동성 확대가 자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하며, 현재 상황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했다.
당시 금은 국가 시스템 외부에서 가치를 인정받는 실물 자산으로, 정부 신뢰가 흔들릴수록 수요가 증가했다. 반면 주식은 법적 제도와 국가 신뢰에 기반한 자산으로, 시스템 불안이 클수록 회복 속도가 더뎠다. 실제로 2008년 TARP 발표 이후 금은 즉시 반등했지만, 주식은 연준의 QE가 본격화된 2009년 3월 이후에야 상승세로 전환됐다.
헤이즈는 이 같은 사례가 유동성 공급이 곧장 모든 자산에 상승을 안겨주지 않으며, 신뢰 기반 자산은 회복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반면 금이나 비트코인처럼 제도 밖에서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자산은 유동성 증가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트코인의 가치를 '기술 + 달러 유동성'이라는 공식을 통해 설명하며, 현재 기술은 잘 작동하고 있는 만큼 가격의 핵심 변수는 유동성이라고 진단했다. 또 "향후 관세 인상, 기업 이익 감소, 외국인 수요 둔화 등으로 미국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더라도, 비트코인은 오히려 상승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특히 연준이 QT를 축소하고, 정치적 압력 속에서 QE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비트코인은 이미 7만6500달러를 바닥으로 삼아 연말 25만 달러를 향한 상승 랠리를 시작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그는 이번 유동성 확대 흐름이 미국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위안화 방어를 위해 실시하던 긴축을 더 이상 유지할 이유가 사라졌고, 유럽 주요국들도 국방 예산 확대를 위해 프린트된 유로화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헤이즈는 "글로벌 유동성 공급이 다시 가속화되는 흐름 속에서, 제도 밖 자산인 비트코인은 전통 자산보다 먼저, 더 강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치와 재정의 압력 속에서 연준의 선택지가 좁혀지는 만큼, 시장은 이미 'QT의 끝'과 'QE의 복귀'라는 커다란 흐름을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유동성 전환기를 비트코인에게는 단순한 기회가 아닌, "역사적 전환점"으로 평가했다.